작성일 : 2026.05.21 12:14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을 어려워한다.특별한 감각이 있어야 하고, 남다른 재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작업 현장에서 더 중요한 능력은 따로 있다.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힘보다, 수많은 선택지 중 가장 알맞은 답을 골라내는 힘이다.

디자인은 종종 예술처럼 이야기되지만, 실제로는 판단의 연속에 가깝다.
어떤 색이 더 눈에 잘 들어오는지,어떤 문장이 덜 피로한지,어떤 배치가 더 빠르게 이해되는지.좋은 결과물은 번뜩이는 영감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작은 결정들이 쌓이며 만들어진다.
기획 업무를 하며 가장 자주 했던 일도 결국 선택이었다.
사용자가 오래 머무르는 화면은 무엇인지,어떤 버튼에서 이탈이 발생하는지, 어떤 표현이 가장 빠르게 이해되는지 끊임없이 비교하고 정리했다.
흥미로운 점은 디자인 역시 같은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나는 쌍둥이를 위한 스탬프 투어를 만들 때, 화려함보다 사용 순간을 먼저 떠올린다.아이들이 어디에서 멈추는지, 어떤 순서에서 흥미를 느끼는지 관찰한 뒤 구조를 정한다.
글씨 크기를 키우는 것도, 빈칸을 넓게 남기는 것도 모두 이유 있는 결정이다.좋은 디자인은 멋있는 결과보다 ‘사용하기 쉬운 경험’을 남긴다.
법령 콘텐츠를 제작할 때도 마찬가지다.
정보가 복잡할수록 디자인은 오히려 단순해야 한다.강조 색을 줄이고, 장식을 덜어내고, 시선이 흐르는 순서를 정리한다.
많은 사람이 디자인을 ‘추가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에 가깝다.무엇을 더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덜어낼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디자인에는 취향보다 기준이 중요하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 기준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다.
이제는 누구나 비슷한 수준의 이미지와 레이아웃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결국 차이를 만드는 것은 툴 숙련도가 아니라 판단의 방향이다.
무엇을 남길지, 무엇을 포기할지, 누구를 위해 만들지를 결정하는 사람.
앞으로의 디자인은 그 선택의 깊이에서 경쟁력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
좋은 디자인은 눈을 놀라게 하는 작업이 아니다.상대가 가장 편안한 방식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때로는 화려한 기술보다, 한 사람을 오래 관찰한 경험이 더 강력한 기준이 된다.
디자인은 재능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어쩌면 끝까지 사용자 입장에서 고민하려는 태도의 문제에 더 가까운 일인지도 모른다.
/ 글·사진 ⓒ 이유비, 한국콘텐츠개발연구원 이사, 법제처 인플루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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