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Home > 칼럼

[김지련 병원마케팅] 대행사를 잘 쓰는 원장의 습관

작성일 : 2026.05.12 12:10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병원마케팅 대행사를 쓰고 있는 원장 중에 결과에 만족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다. 대행사를 바꿔도 비슷한 결과가 반복되는 경우는 더 많다. 원인을 대행사의 역량에서 찾는 것이 보통이지만, 현장에서 오래 보다 보면 다른 지점이 보인다. 같은 대행사를 쓰고 있어도 결과가 좋은 병원이 있고, 어떤 대행사를 만나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병원이 있다. 차이는 대행사가 아니라, 원장이 대행사에게 무엇을 주느냐에 있었다.

병원과 일을 시작할 때 원장에게 꼭 요청하는 것이 있다. 짧은 메모다. 한 달에 한 번, 10분이면 된다. 이번 달 진료하면서 인상 깊었던 환자 케이스를 3줄로 적어달라는 것이다. 카톡이든 메일이든 형식은 상관없다. "허리 통증으로 오신 40대 남성, 디스크인 줄 알았으나 근막통증이었고, 도수치료 3회 만에 일상 복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 3줄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메모가 있으면 블로그 글의 도입부가 달라지고, 플레이스에 올릴 키워드가 잡히고, 리뷰 응대의 방향이 선명해진다. 없으면 대행사는 네이버에 떠도는 정보를 재조합할 수밖에 없다. 어느 병원에 써도 맞는 글이 나온다. 3줄이 콘텐츠 전체의 결을 바꾸는 것이다.

두 번째로 요청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우리 병원에 오면 안 되는 환자"를 정의해달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원장은 어떤 환자가 오면 좋겠는지를 말한다. 그러나 오지 않았으면 하는 환자를 먼저 정의하면, 와야 할 환자가 훨씬 선명해진다. "최저가만 찾는 환자는 우리 병원과 맞지 않는다"가 정해지면 블로그에서 가격 경쟁 프레임이 사라지고, 진료 철학 중심의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이 한 줄이 채널 전체의 방향을 잡아준다.

이 두 가지를 받기 위해 월말 미팅을 필수로 운영한다. 매달 한 번, 원장과 직접 이야기하는 자리다. 대부분의 대행사는 보고서를 보내고 끝낸다. 그러나 보고서 전에 원장의 말을 먼저 듣는 것이 순서다. 이번 달 진료실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어떤 환자가 늘었는지, 어떤 고민이 생겼는지. 이 대화를 하다 보면 미팅이 한 시간을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원장이 말하다 보면 본인도 의식하지 못했던 진료 철학이나 방향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 한마디가 다음 달 콘텐츠의 방향을 통째로 바꾸기도 한다. 월말 미팅 없이 마케팅을 하는 것은 진료 없이 처방전을 쓰는 것과 같다.

대행사를 바꿀 생각이 있다면, 바꾸기 전에 이번 달 인상 깊었던 환자 케이스 3줄을 적어서 지금 대행사에 보내보길 권한다. 그것 하나로 달라지는지 확인하면 된다.

원장이 무엇을 주느냐가 중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을 원장에게서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대행사의 진짜 역량이다. 3줄 메모를 쓰게 만들고, 오면 안 되는 환자를 정의하게 만들고, 한 시간 넘는 대화 속에서 원장 본인도 몰랐던 방향을 찾아내는 것. 나는 그 과정을 설계하는 데서 마케팅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글·사진 ⓒ 김지련, 병원마케팅 쏠앤부트 대표

[저작권자ⓒ 건강포커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