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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수 한류이야기] BTS, 광화문으로 세계를 초대했다

작성일 : 2026.04.03 12:55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서울의 밤은 늘 분주하지만, 그날의 광화문은 분명 조금 달랐습니다. 3월 21일 저녁 8시, 광화문광장의 ‘왕의 길’ 위로 BTS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그곳은 더 이상 우리가 알던 일상의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경복궁 근정전으로 이어지는 중심축, 한때 왕만이 지나던 길 위로 세계적인 팝 그룹이 걸어 나오는 장면은 과거와 현재를 한 화면에 겹쳐 놓은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여러분은 그 장면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환호와 눈물,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진 떼창은 단순한 공연의 열기를 넘어, 오래 기다려 온 시간의 복귀를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광화문은 이미 평소의 광화문이 아니었습니다.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는 외국 팬들, 광장을 천천히 걸으며 스마트폰으로 풍경을 담는 사람들, 그리고 무대 설치로 달라진 공간의 분위기까지. 서울의 중심은 그날 하나의 거대한 무대이자 세계를 향한 창이었습니다. 특히 이 공연이 Netflix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으로 생중계되었다는 점은 더욱 상징적입니다. 로이터(Reuters)는 이번 공연이 넷플릭스의 첫 음악 라이브 이벤트로, 약 1,840만 명이 동시 시청하고 80개국 이상에서 톱10에 오르며 글로벌 영향력을 입증했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변화를 하나 발견하게 됩니다. 과거 K팝은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이나 뉴욕 타임스스퀘어 같은 세계적 무대에 올라야 비로소 위상을 인정받는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방향이 달랐습니다. BTS는 세계로 나아가는 대신, 서울의 중심으로 세계를 불러들였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광화문을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정치·문화 중심지로 설명하며, 이번 공연을 ‘글로벌 팝과 한국적 상징이 겹쳐진 문화적 순간’으로 평가했습니다. 이제 문화의 중심은 특정 장소가 아니라,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힘으로 이동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현장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은 그 변화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영국 매체 가디언(The Guardian)은 멕시코, 일본, 독일, 괌 등 다양한 국가에서 팬들이 서울을 찾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들에게 이번 공연은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화면 속에서만 보던 장면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경험이었습니다. 관광이 아니라 참여였고, 소비가 아니라 기억으로 남는 순간이었습니다.

광화문이라는 장소가 지닌 의미 또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광장이 아니라, 경복궁과 북악산, 그리고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상징이 함께 놓인 역사적 공간입니다. 서울의 현재와 조선의 시간이 겹쳐 있는 자리입니다. 그곳에서 ‘아리랑’이라는 이름의 무대가 펼쳐졌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전통은 멈춰 있을 때보다, 지금의 음악과 몸짓 속에서 다시 살아날 때 더 강하게 다가옵니다. 이번 공연이 바로 그런 사례였습니다.

무대 위 의상 역시 그 의미를 더했습니다. 디자이너 송지오와 협업한 ‘리리컬 아머(Lyrical Armor)’ 콘셉트는 조선의 갑옷과 한복의 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스타일이었습니다. 단단함과 유려함이 공존하는 이 의상은 광화문의 시간성과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었습니다. 멤버별 스타일링 또한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 하나의 흐름을 이루었습니다. RM의 중심감, 진의 우아함, 슈가의 절제된 강인함, 제이홉의 역동성, 지민의 섬세함, 뷔의 고전적 품위, 정국의 강렬한 에너지가 어우러지며, 무대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했습니다.

물론 이 공연을 둘러싼 논란도 있었습니다. 역사적 상징 공간인 광화문을 대규모 공연장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입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충분히 의미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논란은 이번 무대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섰음을 보여줍니다. 서울시는 교통 통제와 안전 대책을 가동했고,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문화 행사를 위해 움직였습니다. 결국 이번 공연은 도시 운영과 공공 공간의 의미까지 확장된 하나의 문화적 사건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한류를 콘텐츠의 성공으로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번 광화문 공연은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문화는 어디에서 완성되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이번 무대는 전통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되었고, 그래서 더욱 자연스럽고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광화문이라는 상징 공간과 ‘아리랑’, 그리고 전통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요소가 겹치며 이번 공연은 단순한 컴백을 넘어 한국 문화의 이미지를 다시 각인시키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해외 언론이 주목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날 밤 광화문은 더 이상 익숙한 서울의 광장이 아니었습니다. 왕이 지나던 길 위에, 이제는 세계가 함께 걷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장면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풍경이었습니다.

/ 위드온 글로벌 브릿지 하지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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