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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련 병원마케팅] 의료법이 허락한 가장 강한 표현

작성일 : 2026.05.14 12:10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병원 블로그에 "최고의 치료"라고 쓸 수 없다는 것은 대부분의 원장이 안다. "완치"도 안 되고, "보장"도 안 된다. 그런데 안 되는 것을 빼고 나면 무엇이 남는지를 아는 원장은 드물다. 남는 것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된다. 이전 칼럼에서 의료광고법이 만들어낸 가장 큰 효과는 규제 자체가 아니라 막연한 두려움이라고 쓴 적이 있다. 그 두려움의 정체는, 빼고 나면 할 말이 없다는 착각이다.

현장에서 확인한 바로는 정반대다. 빼야 할 표현은 몇 가지 되지 않고, 쓸 수 있는 범위는 훨씬 넓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의료법이 허락하는 범위 안의 표현이 오히려 환자에게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결과를 보장하는 문구는 광고처럼 들린다. 반면 진료 과정과 방향을 전달하는 문구는 설명처럼 들린다. 환자는 광고에는 경계하고 설명에는 귀를 연다. 의료법이 광고성 표현을 제한한 결과, 남은 언어가 오히려 신뢰를 만드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경계를 모르면 양 극단으로 빠진다는 점이다. 한쪽은 경계를 모른 채 위험한 표현을 쓰고, 다른 한쪽은 두려워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두 경우 모두 병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현실에서 더 자주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신고다. 최근 몇 년 사이 의료광고 관련 신고가 급증하면서, 한동안 블로그를 운영하던 병원들이 신고를 받고 위축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최근 컨설팅한 부산의 한 한의원도 이 상황을 겪었다. 블로그 글 일부가 신고 대상이 되면서 원장이 모든 온라인 활동을 멈춘 상태였다. 확인해 보니 신고된 표현 중에는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섞여 있었다. 이런 경우 중요한 것은 관할 보건소와의 소통이다. 

의료광고법의 적용 기준은 법률 조문만으로 판단되지 않는 영역이 있고, 각 지역 보건소마다 해석과 대응 방식이 다르다. 어떤 표현이 문제가 되었는지를 보건소와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수정 방향을 협의하면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한의원도 보건소와의 소통을 거쳐 문제 표현을 정리한 뒤 블로그를 재개했고, 이후에는 안정적으로 검색 유입을 회복했다.

이 과정에서 대행사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갈린다. 표현의 경계를 모르는 대행사는 신고가 들어온 뒤에야 문제를 인식한다. 경계를 아는 대행사는 애초에 그 표현을 쓰지 않는다. 그리고 신고가 발생했을 때 보건소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를 아는 대행사와 모르는 대행사의 차이는 크다. 규제를 아는 것이 마케팅 역량의 일부가 되는 시대다.

의료법은 말을 줄이라는 법이 아니다. 말의 방향을 돌리라는 법이다. 제한된 언어 안에서 정확하게, 안전하게, 그러면서도 강하게 전달하는 것. 나는 그것이 병원마케팅에서 가장 어렵고 가장 오래 남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글·사진 ⓒ 김지련, 병원마케팅 쏠앤부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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