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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쇼(Wiesheu) 그룹 베이킹솔루션 전문가 라스가 전하는 독일 빵 이야기 ①

작성일 : 2026.04.27 12:21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사워도우 – 독일 빵에서 가장 중요한, 그리고 가장 철저히 지켜지는 재료

독일 밖에서 빵을 떠올릴 때 많은 이들은 먼저 밀가루, 오븐, 크러스트, 혹은 빵의 형태를 생각한다. 그러나 독일 제빵의 본질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 중심에는 늘 사워도우가 있다. 사워도우는 단순히 유행하는 건강 키워드가 아니라, 독일 빵의 구조와 풍미, 그리고 정체성을 지탱해온 핵심 발효 시스템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워도우는 독일 빵에서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재료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은 특히 독일 빵문화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할 때 더욱 분명해진다. 독일은 수천 종의 빵을 보유한 나라로 알려져 있으며, 오랜 시간 동안 호밀, 혼합곡물, 통곡물 기반의 빵이 일상의 중심에 자리해 왔다. 독일의 대표적인 빵들은 많은 나라에서 흔히 접하는 가볍고 흰 빵과는 다르게, 더 짙고 묵직하며 곡물의 개성이 선명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전통 속에서 사워도우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독일식 빵을 성립시키는 기본 조건에 가깝다.

사워도우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산미를 더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워도우는 향을 형성하고, 빵의 저장성을 높이며, 식감을 안정시키고, 발효가 만들어낼 수 있는 깊고 복합적인 풍미를 이끌어낸다. 최근의 여러 연구도 사워도우 발효가 풍미 발달과 노화 지연, 그리고 일부 영양학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모든 사워도우 빵이 자동적으로 더 건강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좋은 빵의 핵심에는 언제나 좋은 발효가 있다는 사실이다.

독일에서 사워도우가 특별히 “철저히 지켜지는 재료”로 여겨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것은 무언가를 숨기기 위한 비밀주의와는 다르다. 오히려 각 베이커리가 오랜 시간에 걸쳐 자신만의 발효 리듬과 균형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스타터는 살아 있는 존재다. 사용하는 밀가루의 특성, 물, 온도, 리프레시 주기, 작업 일정, 그리고 그것을 돌보는 사람의 감각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같은 호밀가루를 사용하더라도, 어떤 스타터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따라 완성되는 빵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실제로 지켜지는 것은 스타터 그 자체만이 아니다. 그 주변의 규율과 시간, 그리고 판단이 함께 지켜진다. 언제 리프레시할 것인지, 어느 정도 숙성도를 목표로 할 것인지, 산도와 발효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생산 속에서 어떻게 일관성을 유지할 것인지가 모두 포함된다.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바로 이러한 정밀한 관리가 독일 빵을 독일 빵답게 만드는 힘이다.

이 지점에서 독일은 최근 사워도우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다른 시장들과 구별된다. 미국에서 사워도우는 전통과 부흥의 상징이다.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형성된 역사적 배경 위에 아티잔 브레드 운동이 더해지며, 오늘날 사워도우는 매우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반면 독일에서 사워도우는 새로운 트렌드라기보다,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빵문화의 기본 문법에 가깝다.

동아시아의 흐름도 흥미롭다. 한국에서 사워도우는 대체로 일상적인 기본빵보다는 프리미엄 식사빵이나 건강지향적 빵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는 자가배양종, 국산 밀, 장인정신과 결합된 섬세한 제빵 철학 속에서 사워도우가 다뤄진다. 대만은 유럽식 천연발효빵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일본식 소프트 브레드 문화 역시 여전히 강하다. 중국은 아직 비교적 초기 시장이지만, 젊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자연발효와 프리미엄 가치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시장에서 사워도우는 ‘새롭게 발견되는 가치’에 가깝지만, 독일에서는 여러 세대에 걸쳐 일상 속에 축적된 문화적 자산에 가깝다.

그래서 독일 제빵사들에게 사워도우는 단지 맛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빵의 성격을 결정하는 중심축이며, 독일 빵을 이해하는 하나의 언어다. 사워도우를 잘 다룬다는 것은 단지 산도를 맞추는 기술이 아니라, 시간과 온도, 곡물과 발효, 그리고 반복 속의 일관성을 이해하는 일이다. 독일 빵의 깊이는 바로 그 축적된 이해에서 나온다.

사워도우를 독일 빵에서 가장 중요한, 그리고 가장 철저히 지켜지는 재료라고 부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것은 금고 속에 숨겨진 비밀 레시피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매일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 새벽의 스타터 관리 속에서, 밀가루를 고르는 기준 속에서, 충분히 기다릴 줄 아는 인내 속에서 지켜진다는 뜻이다. 속도를 품질과 혼동하지 않으려는 태도, 그리고 발효의 시간을 존중하는 철학이야말로 독일 빵의 핵심이다.
어쩌면 이것이 독일 빵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일지 모른다. 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지 반죽 안에 넣는 한 가지 재료가 아니다. 그것은 반죽이 빵이 될 때까지 끝까지 지켜내는 시간과 태도, 그리고 원칙이다. 그리고 독일 빵에서 그 원칙의 가장 상징적인 이름이 바로 사워도우다.

/ 글·사진 ⓒ 라스 비티히(Lars Wittig), 비쇼그룹, 베이킹·스낵·외식 분야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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