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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쇼(WIESHEU) 루카스 칼럼] 독일 빵의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작성일 : 2026.04.22 18:21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③ 좋은 빵은 감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만들어진다

독일 베이커리 매장을 방문해 보면 한 가지 특징이 분명하게 드러난다.생산이 조용하고 일정하게 흐른다는 점이다.

새벽 시간, 반죽이 들어오고 발효가 진행되고, 오븐에서 빵이 나오고, 진열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마치 하나의 리듬처럼 반복된다. 작업자들은 바쁘지만 급하지 않고, 생산량이 많아도 결과의 편차는 크지 않다. 이 모습은 단순한 숙련도의 차이가 아니다.

그 배경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시스템이 먼저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시스템’을 복잡한 자동화나 디지털 기능으로 이해하지만, 독일 베이커리에서 말하는 시스템은 조금 다르다.
시스템이란 생산 전 과정이 하나의 기준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반죽은 언제 들어오고, 발효는 어느 시점에서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며, 어떤 상태에서 오븐에 투입되는지가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다. 그리고 오븐은 그 상태의 반죽을 기준으로 가장 안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맞춰져 있다.
즉, 각 공정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 구조다.

유럽 베이커리 산업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매우 중요하게 다뤄진다. 믹싱, 분할, 발효, 굽기까지 이어지는 공정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각 단계의 조건을 정밀하게 제어해야 일관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발효와 굽기 공정은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운영 방식이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이러한 시스템이 매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실제 운영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독일의 한 중형 베이커리를 예로 들면, 아침 생산은 이미 전날 저녁부터 계획된다. 어떤 제품을 몇 시에 완성할지에 따라 반죽 투입 시간과 발효 시간이 역산되어 정리된다. 생산은 ‘레시피’가 아니라 시간과 흐름 중심으로 설계된다. 작업자는 감으로 판단하기보다, 정해진 기준에 맞춰 움직인다.

이때 오븐의 역할은 단순히 굽는 것이 아니다.
발효 상태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정 범위 내에서는 결과를 안정적으로 끌어올려주는 조정 장치로 작동한다. 다시 말해 오븐은 공정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전체 시스템의 균형을 맞추는 중심이다.

이 구조가 없는 매장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진다.
반죽 상태가 조금만 달라지면 작업자가 직접 판단을 바꿔야 하고, 오븐 조건도 매번 수정된다. 그 결과 생산은 사람의 컨디션에 의존하게 되고, 결과 역시 일정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독일 베이커리에서는 ‘감’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 감을 개인의 영역에 두지 않는다. 숙련자의 판단을 기준으로 정리하고, 이를 누구나 반복할 수 있는 형태로 구조화한다.

결국 좋은 빵은 감으로 시작될 수는 있다.
하지만 감으로 유지될 수는 없다.

좋은 빵은 시스템으로 반복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리고 독일 빵의 기준은, 바로 그 반복 가능한 구조 위에서 만들어진다.

/ 글·사진 ⓒ 루카스 쿤트너, 비쇼그룹 아시아지역 매니징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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