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6.04.16 12:56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② 같은 레시피, 다른 결과… 무엇이 차이를 만드는가
베이커리 현장에서 흔히 나오는 말이 있다.“레시피는 똑같이 했는데 결과가 다르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이 문제를 레시피의 완성도나 작업자의 숙련도에서 찾으려 한다. 그러나 독일 베이커리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다. 그들은 이 문제의 출발점을 명확히 한다.레시피는 레시피일 뿐이다.
레시피는 재료의 비율과 공정을 정리한 기준일 뿐, 결과를 보장하는 장치는 아니다. 같은 레시피라도 발효 상태, 반죽의 컨디션, 작업 환경에 따라 결과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사워도우나 장시간 발효가 필요한 제품일수록 이러한 변수의 영향은 더 크게 작용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결과를 크게 흔드는 요소는 발효만이 아니다. 더 본질적인 차이는 열이 어떻게 전달되고 제어되느냐에서 발생한다.
같은 온도를 설정했더라도, 그 열이 오븐 내부에서 어떻게 분포되고 제품에 전달되는지는 장비마다 다르다. 일부는 표면에 열이 집중되고, 일부는 내부까지 균일하게 전달된다. 이 차이는 겉과 속의 익힘, 수분 유지, 조직감 형성 등 결과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는 연속 생산 환경이다. 실제 매장에서는 한 번 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을 열고 닫으며 반복적으로 생산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오븐 내부의 온도와 습도는 계속 변한다. 이때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는가에 따라 다음 배치의 결과가 달라진다. 이른바 열회복력의 차이가 품질 편차로 이어지는 것이다.
스팀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스팀이 나온다는 것과, 항상 같은 조건으로 작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분사 타이밍이 조금만 달라지거나, 입자 상태가 변하면 크러스트 형성 방식 자체가 바뀐다. 이는 제품의 외관뿐 아니라 식감과 풍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여기에 한국 시장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는 외부 온도와 습도의 변화 폭이 크기 때문에, 반죽과 발효 조건이 매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여름과 겨울의 작업 환경은 완전히 다르고, 같은 매장이라도 하루 사이에 조건이 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처럼 외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에서는 결과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더욱 어렵고, 동시에 더 중요해진다.
결국 같은 레시피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명확하다.레시피가 아니라, 그 레시피를 구현하는 물리적 조건이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다.
독일 베이커리에서는 이 점을 매우 현실적으로 받아들인다. 완벽하게 동일한 조건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인정하고, 그 대신 변수 속에서도 결과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그래서 그들은 레시피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지 않는다. 레시피는 출발점일 뿐이며, 실제 품질은 열관리, 열회복, 스팀의 일관성, 내부 환경 제어와 같은 시스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다.
이 관점은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레시피에 의존하는 생산은 결과가 흔들릴 수밖에 없지만, 시스템에 기반한 생산은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
결국 질문의 답은 단순하다.같은 레시피인데 결과가 다르다면, 문제는 레시피가 아니라 재현 가능한 환경이 구축되어 있는가에 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베이커리의 기준은 다시 정리된다.좋은 레시피보다 더 중요한 것은,그 레시피를 언제나 같은 결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다.
/ 글·사진 ⓒ 루카스 쿤트너, 비쇼그룹 아시아지역 매니징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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