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6.04.14 13:08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밤 10시,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하루가 끝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낮에는 IT 기획자로, 퇴근 후에는 엄마로 살아낸 뒤에야 비로소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시간. 워킹맘에게 이 시간은 휴식이 아니라 ‘선택’의 순간에 가깝다.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하지만 이 선택의 시간은 길지 않다. 다음 날을 위해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한 시간 남짓. 이 짧은 시간 안에 블로그 포스팅을 쓰고, 카드뉴스를 만들고, 아이들을 위한 스탬프 투어 지도를 그려야 한다면 디자인은 더 이상 ‘영감의 영역’이 아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감각이 아니라, 속도를 설계하는 사고방식이다.
디자인의 80%는 ‘그리기 전’에 결정된다
많은 사람이 디자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를 ‘손이 느려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시간을 잡아먹는 것은 손이 아니라 ‘결정’이다. 무엇을 넣을지, 어떤 색을 쓸지, 어디에 배치할지를 고민하는 과정이 길어질수록 작업은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80%를 끝낸다. 폰트, 컬러, 레이아웃처럼 결과물의 인상을 좌우하는 핵심 20%를 먼저 정해두면, 나머지 80%는 고민이 아니라 실행의 영역이 된다.
‘여행둥이지’ 스탬프 투어 지도를 만들 때도 매번 새로운 스타일을 찾지 않는다. 이미 만들어둔 색연필 브러시와 파스텔 톤 팔레트를 불러오고, 정해진 구조 안에서 내용을 채워 넣는다. IT 기획에서 사용하는 ‘표준화’ 개념을 그대로 디자인에 적용한 방식이다.
캔버스를 열기 전 머릿속에 완성본이 그려져 있다면, 손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다. 그저 빠르게 구현할 뿐이다. 완벽한 100점을 위해 시간을 소모하기보다, 90점의 결과물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것이 크리에이터로서 살아남는 방식이다.
30분을 완성으로 바꾸는 ‘실전 설계’
법제처 인플루언서 활동을 하며 제작하는 썸네일과 카드뉴스 역시 같은 방식으로 완성된다. 민생법령이라는 다소 무거운 정보를 전달할 때, 나는 오히려 디자인 요소를 덜어낸다.
대신 단 하나의 질문에 집중한다.
“이 콘텐츠에서 가장 먼저 전달되어야 하는 정보는 무엇인가.”
핵심 키워드 하나를 전면에 배치하고, 그 옆에 따뜻한 감성의 캐릭터 ‘새령이’를 더한다. 복잡한 장식 없이도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된다. 오히려 정보의 위계가 명확할수록 사용자는 더 빠르게 이해한다.
이 과정은 IT 요구사항 정의서와 닮아 있다. 정보의 우선순위를 정리하고, 템플릿화된 구조에 맞춰 배치한다. 새로운 툴을 익히느라 시간을 쓰기보다, 익숙한 도구로 빠르게 구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비전공자에게 디자인 툴은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생각을 가장 빠르게 출력해주는 ‘숏컷’이어야 한다. 도구에 끌려가는 순간 속도는 무너지고, 결국 지속할 수 없게 된다.
디자인은 시간이 아니라 ‘집중’의 결과다
시간이 부족해서 시작하지 못한다는 말은 어쩌면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디자인은 시간을 많이 들인다고 반드시 더 좋아지는 작업이 아니다. 오히려 제한된 시간 안에서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할 때, 결과물은 더 선명해진다.
워킹맘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모든 것을 잘하려 하기보다, 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 제대로 전달하는 선택이 필요하다. 디자인은 많은 것을 보여주는 작업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만 남기는 과정에 가깝다.
나만의 기준과 시스템을 만들어두면 30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집중도 높은 창작의 시간이 된다. 완벽을 내려놓고 구조를 선택하는 순간, 디자인은 더 이상 부담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일이 된다.
낮과 밤의 경계에서 또 하나의 출근을 시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이 만들어낸 효율적인 30분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방식은 분명, 누군가의 하루를 더 쉽고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 글·사진 ⓒ 이유비, 한국콘텐츠개발연구원 이사, 법제처 인플루언서
주간 인기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