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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련 병원마케팅] 글 한 편이 영업사원이 되려면

작성일 : 2026.04.14 12:56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병원 블로그를 오래 들여다보면 간혹 설명하기 어려운 장면을 만난다. 8개월 전에 올라간 글 한 편이 지금도 매달 상담을 만들고 있는 경우다. 부산의 한 신경외과에서 확인한 일이다. 특정 치료에 대해 원장의 진료 경험이 담긴 블로그 글이 네이버 검색에서 꾸준히 노출되고 있었고, 그 글을 읽고 전화하는 환자가 매달 끊이지 않았다. 같은 주제로 새 글을 올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 편이 계속 일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병원 블로그 글은 이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발행한 날 조회수가 오르고, 이틀이 지나면 밀려나고, 일주일이 지나면 아무도 읽지 않는다. 그래서 또 쓴다. 월 10편, 20편을 채운다. 그런데 쌓이는 것은 글의 수이지 상담의 수가 아니다. 글이 소모품처럼 쓰이고 있다는 뜻이다. 발행일에 출근하고 다음 날 퇴근하는 일용직에 가깝다. 매달 일하는 상근직이 되려면 구조가 달라야 한다.

계속 일하는 글에는 세 가지 층이 있다. 첫 번째는 유입층이다. 환자가 실제로 검색하는 키워드에 정확히 물려 있어야 한다. 좋은 글이어도 검색에 걸리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두 번째는 신뢰층이다. 유입된 환자가 "이 병원은 내 상황을 아는구나"라고 느끼는 구간이다. 질환 정보가 아니라 진료 현장의 경험이 담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 번째는 전환층이다. 글을 읽은 환자가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설계되어 있는 구간이다. 세 층이 한 편 안에 갖춰져 있을 때, 그 글은 검색이 존재하는 한 계속 일한다.

앞서 말한 신경외과의 글에는 이 구조가 그대로 들어가 있었다. 제목에 환자가 검색하는 키워드가 들어가 있었고, 도입부에 환자의 증상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었고, 중간에 실제 치료 과정에서의 판단과 경과가 담겨 있었고, 마지막에 다음 단계 안내가 연결되어 있었다. 길이는 길지 않았다. 그러나 빠진 층이 없었다.

이 구조를 알고도 실행하지 못하는 병원이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진료 경험을 가진 사람과 그것을 검색 구조 안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사람은 다른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원장은 매일 환자를 보며 경험을 쌓지만, 그 경험을 유입-신뢰-전환의 구조로 옮기는 일은 별개의 판단을 필요로 한다. 두 역할이 만날 때 글은 비로소 일하기 시작한다. 아는 것과 만드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먼 거리가 있다.

병원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면 지금 가장 조회수가 높은 글 한 편만 열어보면 된다. 검색 키워드에 물려 있는가. 원장의 진료 경험이 담겨 있는가. 마지막에 다음 행동이 연결되어 있는가. 세 층 중 하나라도 빠져 있다면 그 글은 오늘 출근하고 내일 퇴근하는 글이다.
병원에 영업사원을 한 명 두려면 월급이 든다. 그러나 제대로 설계된 글 한 편은 월급 없이 매달 일한다. 퇴근하지 않는 영업사원을 만드는 것. 나는 그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쓴다.

글·사진 ⓒ 김지련, 병원마케팅 쏠앤부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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