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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재 병원마케팅] 원장의 진료 철학, 환자의 언어로 번역하기

작성일 : 2026.04.09 12:10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지난 칼럼에서 진료실 안에 글감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환자가 매일 묻는 말이 곧 콘텐츠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그런데 글감을 찾았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그 글감을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

원장들과 일하면서 자주 발견하는 것이 있다. 원장은 자신의 진료 철학을 몇 마디로 분명하게 설명한다. 그런데 그 설명이 환자에게는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원장의 말이 틀린 것이 아니다. 단지 원장의 언어와 환자의 언어가 다른 것이다.

예를 들어보겠다. 피부과 원장이 ‘저는 피부 장벽 회복을 우선으로 합니다’라고 말한다. 좋은 철학이다. 하지만 환자는 ‘피부 장벽’이라는 말을 잘 모른다. 환자의 언어로 바꾸면 이렇다. ‘시술 후에 피부가 붉어지거나 건조해지는 분들이 많은데요. 저는 시술 후에도 피부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까지 확인하고 마무리합니다.’ 환자는 이 문장을 읽고 ‘여기는 시술만 하고 끝이 아니구나’라고 느낀다.

정형외과 원장이 ‘저는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합니다’라고 말한다. 환자의 언어로 바꾸면 이렇다. ‘무릎이 아프다고 바로 수술을 권하지 않습니다. 수술 없이 나을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찾습니다.’ 환자는 이 문장을 읽고 ‘여기는 수술부터 권하는 곳이 아니구나’라고 안심한다.

치과 원장이 ‘저는 보존적 치료를 중요시합니다’라고 말한다. 환자의 언어로 바꾸면 이렇다. ‘자연 치아를 살릴 수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환자는 이 문장을 읽고 신뢰한다.

패턴이 보인다. 원장의 언어는 ‘무엇을 지향하는가’를 말하고, 환자의 언어는 ‘나에게 어떻게 해주는가’를 묻는다. 번역의 핵심은 ‘지향점’을 ‘행동’으로 바꾸는 것이다.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합니다.’는 지향점이다. ‘수술 없이 나을 방법을 먼저 찾습니다.’는 행동이다. 환자는 지향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신뢰를 결정한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를 바로잡고 싶다. 환자의 언어로 번역한다는 것이 수준을 낮춘다는 말이 아니다. 원장의 전문성을 훼손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전문적인 판단을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이것은 진료실에서 원장이 이미 하고 있는 일이다. 환자에게 설명할 때 ‘근거 중심 한의학을 지향합니다’라고 말하는 원장은 없다. 

정리하면 이렇다. 원장의 진료 철학을 콘텐츠에 담을 때는, 지향점이 아니라 행동으로 1차 번역하고, 추상이 아니라 경험으로 2차 번역해야 한다. 철학 → 행동 → 경험. 이 순서로 번역하면, 환자에게 닿는 콘텐츠가 된다.

그리고 이 번역은 원장이 혼자 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가 환자 관점에서 물어봐 주면 된다. 그 질문에 대한 원장의 답이 곧 환자의 언어로 번역된 콘텐츠다.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이미 하고 있는 설명을, 블로그를 통해 아직 만나지 못한 환자에게도 해주는 것이다.

다음 회에서는 환자가 검색창에 입력하는 키워드의 비밀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원장은 '족저근막염'이라고 쓰지만, 환자는 ‘발뒤꿈치 통증’ , ‘아침 기상 직후 발 찌릿’이라고 검색한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블로그 글이 검색에 노출되는 방법이 보인다.

/ 글·사진 ⓒ 조원재, 병원마케팅에이전시 주식회사로미브릭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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