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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훈 코른베르그] 메뉴가 많을수록 브랜드는 흐려진다…베이커리 운영의 결정적 착각

작성일 : 2026.04.07 17:59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제과업계에서 메뉴 수는 종종 경쟁력처럼 받아들여진다.진열대가 가득 차 있고, 시즌 한정 제품이 자주 나오며, 선택지가 많아 보일수록 매장이 더 풍성하고 강해 보인다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많은 매장들이 “볼거리가 많아야 손님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품목을 늘리고, 새로운 제품을 계속 추가하는 방식으로 운영을 확장해왔다.

하지만 현장에서 오래 운영해본 사람일수록, 메뉴가 많다는 것이 반드시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많은 경우, 품목 수의 증가는 생산 복잡도와 운영 피로도, 그리고 수익성 저하로 직결된다.

제과업은 하나의 제품을 많이 만드는 구조보다, 여러 제품을 동시에 조금씩 만들어야 하는 구조에서 더 큰 부담이 발생한다. 품목이 늘어날수록 필요한 반죽 종류가 많아지고, 충전물과 토핑, 데코레이션, 성형 방식, 굽기 조건, 보관 방식까지 함께 늘어난다. 겉으로는 단순히 제품 몇 개가 추가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생산 현장에서는 그 몇 개의 메뉴가 전체 작업 흐름을 훨씬 더 복잡하게 만든다.

문제는 이런 복잡도가 눈에 띄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제품 하나를 더 추가할 때마다 준비 시간, 재료 관리, 반제품 보관, 작업 순서 조정, 교육 부담, 폐기 가능성까지 함께 증가한다. 그리고 이런 작은 부담들이 쌓이기 시작하면, 현장은 어느 순간부터 늘 바쁘고, 늘 손이 모자라며, 늘 급하게 돌아가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특히 많은 매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는, 제품 수는 늘었지만 정작 대표 제품이 흐려지는 현상이다. 고객은 생각보다 많은 메뉴를 기억하지 않는다. 오히려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선택지가 많은 매장’이 아니라, 그 매장을 떠올리게 만드는 몇 가지 명확한 제품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종종 “신제품을 계속 내야 한다”, “진열이 풍성해야 한다”, “메뉴가 많아야 장사가 된다”는 압박 속에서 운영을 이어간다. 하지만 이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매장을 풍성해 보이게 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생산 효율을 떨어뜨리고 브랜드의 집중력을 흐릴 가능성이 크다.

결국 중요한 것은 메뉴의 수가 아니라, 그 메뉴들이 얼마나 명확한 역할을 가지고 있는가이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제품인지, 시즌성을 위한 제품인지, 객단가를 높이는 역할인지, 진열 균형을 위한 제품인지가 분명해야 한다. 이런 구분 없이 단순히 “많아 보이기 위해” 품목을 늘리는 구조는 현장을 힘들게 만들고, 매출보다 더 빠르게 피로를 키운다.

실제로 운영이 잘되는 매장은 메뉴가 적어서가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줄일지 기준이 명확하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줄여야 하는지, 어떤 제품이 브랜드를 만들고 어떤 제품이 생산을 흔드는지에 대한 기준이 분명하다. 결국 좋은 운영은 많이 만드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제과업계는 오랫동안 풍성함을 경쟁력으로 착각해왔다. 하지만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진열의 양이 아니라, 생산과 운영, 그리고 브랜드가 함께 버틸 수 있는 구조다. 메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강한 매장이 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얼마나 많이 보여줄 것인가”보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그 판단이 결국 현장의 피로도를 줄이고, 브랜드의 힘을 더 선명하게 만들게 될 것이다.

/ 글·사진 ⓒ 서영훈, 코른베르그 과자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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