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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련 병원마케팅] 매출을 가르는 건 광고비가 아니다

작성일 : 2026.03.31 13:07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병원 마케팅을 오래 보다 보면 설명이 안 되는 장면을 만난다. 비슷한 입지, 비슷한 진료과, 비슷한 경력의 원장 둘이 있는데 매출이 세 배 이상 차이가 난다. 한쪽은 연 매출 10억 가까이 찍고, 다른 한쪽은 3억 언저리에서 몇 년째 움직이지 않는다. 마케팅 비용도 비슷하다. 블로그도 둘 다 하고 있고, 플레이스도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결과가 완전히 다르다. 나는 이 차이를 여러 병원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했고, 결국 한 가지로 좁혀졌다.

광고를 하느냐 안 하느냐가 아니었다. 환자의 동선이 설계되어 있느냐 없느냐였다. 매출이 정체된 병원의 공통점은 마케팅을 채널 단위로 한다는 것이다. 블로그는 블로그대로, 플레이스는 플레이스대로, 인스타그램은 인스타그램대로 따로 돌린다. 각각은 나쁘지 않다. 그런데 연결되어 있지 않다. 환자가 블로그를 읽고, 플레이스를 확인하고, 병원 이름을 재검색하고, 후기를 보고, 전화를 거는 이 일련의 흐름이 하나의 경로로 이어지지 않는다. 채널은 있는데 동선이 없는 것이다.

반대로 매출이 꾸준히 오르는 병원은 채널 수가 많지 않아도 흐름이 있다. 블로그 글을 읽으면 다음 글이 연결되어 있다. 플레이스를 보면 블로그에서 읽은 내용과 일관된 인상을 준다. 병원 이름을 검색하면 원장의 진료 철학이 담긴 콘텐츠가 나온다. 환자 입장에서 "여기 괜찮겠다"가 한 걸음씩 쌓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화려한 광고가 아니라 조용한 구조가 신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차이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있다. 부산에서 같은 진료과를 운영하는 두 병원을 동시에 컨설팅한 적이 있다. 한쪽은 월 마케팅 비용이 두 배 높았지만 신환 수는 오히려 적었다. 확인해 보니 블로그 글은 많았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았고, 플레이스 리뷰와 블로그 톤이 달랐고, 병원 이름을 검색하면 나오는 콘텐츠가 통일되어 있지 않았다. 다른 한쪽은 블로그 글이 절반도 안 됐지만, 읽은 환자가 자연스럽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었다. 돈을 더 쓴 쪽이 아니라 흐름을 가진 쪽이 이기고 있었다.

병원 마케팅에서 가장 비싼 실수는 광고비를 잘못 쓰는 것이 아니다. 흐름 없이 채널만 늘리는 것이다. 블로그를 추가하고, 유튜브를 시작하고, 인스타그램을 여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각각이 따로 존재하면 환자의 머릿속에서도 따로 존재한다. 기억에 남지 않는다. 하나의 메시지가 여러 채널에서 일관되게 전달될 때, 비로소 환자는 "이 병원은 뭔가 다르다"고 느낀다.

연 매출 10억 병원과 3억 병원을 가른 것은 예산이 아니었다. 환자가 처음 접점을 만든 순간부터 전화를 거는 순간까지의 경로가 하나로 이어져 있었는지, 끊겨 있었는지의 차이였다. 마케팅의 본질은 더 많이 알리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끝까지 걸어올 수 있는 길을 놓는 것에 가깝다.

글·사진 ⓒ 김지련, 병원마케팅 쏠앤부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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