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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훈 코른베르그] 자동화는 선택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작성일 : 2026.03.31 12:58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제과업계에서 ‘자동화’라는 단어를 꺼내면 아직도 현장에서는 복잡한 반응이 나온다.
겉으로는 “제과는 손맛이다”, “기계로는 디테일을 못 살린다”는 말이 먼저 나오지만, 실제 현장에서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많은 사업자들이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자동화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자동화를 도입하기 위해 들어가는 초기 설비 비용이다. 실제로 매장을 운영하고, 생산 구조를 고민해보면 자동화의 필요성은 이미 부정하기 어려운 단계에 와 있다.

품목은 계속 늘어나고, 고객이 기대하는 품질 수준은 더 높아졌으며, 인건비와 운영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반면 생산 현장은 여전히 사람의 숙련도와 컨디션에 크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누가 반죽하느냐, 누가 성형하느냐, 누가 굽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구조는 결국 품질의 편차를 만들고, 그 편차는 곧 브랜드 신뢰의 흔들림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모두가 그 구조의 한계를 알고 있음에도, 쉽게 바꾸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자동화 설비는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막상 도입하려고 하면 가장 먼저 계산되는 것은 ‘효율’보다 ‘비용’이기 때문이다. 믹싱, 분할, 성형, 발효, 급속 냉각, 보관, 진열까지 생산 전반을 안정화할 수 있는 설비들은 분명 효과가 있지만, 초기 투자 금액이 적지 않다. 특히 중소형 베이커리나 개인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 설비를 넣고 정말 회수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가장 현실적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를 냉정하게 봐야 한다.
자동화 설비는 단순히 기계를 사는 비용이 아니라, 품질 편차와 인력 리스크, 비효율 구조를 줄이기 위한 투자라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설비 가격은 크게 느껴지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손실은 자주 놓치게 된다. 반복되는 폐기, 숙련자 의존으로 인한 생산 불안정, 작업 피로도 증가, 인수인계의 어려움, 제품 완성도의 흔들림 같은 문제들은 매일 조금씩 비용으로 쌓인다. 그리고 이런 누적 손실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실제로 매장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것은, 자동화가 사람의 자리를 빼앗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반대로, 사람이 꼭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게 만드는 구조에 가깝다. 제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제품의 콘셉트, 맛의 설계, 식감의 밸런스, 시즌 기획, 브랜드 방향성 같은 ‘사람의 판단’이다. 반면 반복성과 재현성이 필요한 공정은 시스템이 맡는 편이 훨씬 안정적이다. 즉, 자동화의 핵심은 ‘손맛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에 있다.

앞으로 제과업계의 경쟁력은 단순히 맛있는 제품 하나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제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반복 가능하게, 그리고 수익 구조 안에서 생산할 수 있느냐이다. 결국 자동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가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하려 할 때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구조적 과제다.

제과업계가 자동화를 망설이는 이유를 ‘기술에 대한 거부감’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현장은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지금 업계가 두려워하는 것은 자동화가 아니라, 잘못된 투자와 회수되지 않는 비용이다. 따라서 앞으로 중요한 것은 자동화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공정부터, 어떤 규모로, 어떤 방식으로 도입해야 가장 현실적인가를 판단하는 일이다.

자동화는 거창한 미래 기술이 아니라, 이제는 제과업계가 생존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고민해야 하는 경영의 영역이다.
그리고 그 판단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하느냐가, 앞으로 브랜드의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 글·사진 ⓒ 서영훈, 코른베르그 과자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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