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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훈 코른베르그] 장인의 손끝에서 시스템의 현장으로

작성일 : 2026.03.27 15:49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베이커리 산업은 여전히 ‘감각’에 크게 의존하는 분야다. 반죽의 상태를 손으로 읽고, 발효의 흐름을 눈으로 판단하며, 오븐의 미세한 차이를 경험으로 보정한다. 좋은 제품이 숙련된 감각에서 출발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문제는 그 감각이 생산 시스템으로 전환되지 못한 채 특정 인력의 경험에만 머물러 있을 때다.

현장에서는 레시피가 있음에도 제품 결과가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같은 재료, 같은 공정을 거쳐도 작업자가 바뀌면 반죽 상태와 식감, 마감의 완성도가 달라진다. 이는 단순히 숙련도 차이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 생산의 핵심 기준 상당수가 문서화되지 않은 채 현장 경험 속에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반죽의 수분 상태가 예상과 다를 때 어느 시점에서 조정을 해야 하는지, 발효실 설정값보다 실제 제품 상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성형의 장력이나 굽기 직전의 적정 상태를 무엇으로 판단할 것인지와 같은 요소들은 대부분 ‘해본 사람만 아는 기준’으로 전수된다. 이런 구조에서는 생산이 사람에 따라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이 방식이 통했다. 소규모 생산, 한정된 품목, 짧은 운영 시간 안에서는 숙련자의 감각이 오히려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시장은 다르다. 품목은 늘어나고, 운영 시간은 길어졌으며, 소비자는 더 높은 일관성과 완성도를 요구한다. 그럼에도 많은 현장은 여전히 숙련자 의존형 생산 구조에 머물러 있다. 그 결과 특정 인력이 빠지면 품질이 흔들리고, 대표나 셰프가 직접 메우지 않으면 운영이 불안정해지는 문제가 반복된다.

장인정신은 중요하다. 그러나 산업으로서의 베이커리가 지속 가능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감각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재현 가능한 기준과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잘 만드는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누가 생산해도 일정 수준의 결과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경쟁력이 되어야 한다.

베이커리 산업의 다음 단계는 더 뛰어난 감각에 있지 않다. 그 감각을 현장의 공통 언어로 바꾸고, 지속 가능한 생산 구조로 정착시키는 데 있다.

/ 글·사진 ⓒ 서영훈, 코른베르그 과자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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