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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수 한류이야기] 'Korean Scammer'… 한류의 그림자가 된 팬덤 사기

작성일 : 2026.03.12 12:57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최근 해외 K-팝 팬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낯선 표현 하나가 눈에 띕니다. “Korean Scammer” 직역하면 ‘한국인 사기꾼’이라는 뜻입니다. 굿즈 거래나 대리 구매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다는 글 아래에는 계좌번호와 메시지 기록이 함께 올라옵니다. 다른 팬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댓글도 이어집니다. 좋아하는 음악과 아이돌을 통해 시작된 교류가 때로는 경고와 피해 경험으로 남는 순간입니다.

한류가 세계로 확산되면서 한국 문화는 더 이상 낯선 대상이 아닙니다. 음악과 드라마, 음식과 여행까지 한국 문화는 많은 사람들의 일상 속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팬덤 경제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K-팝 산업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8조 원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팬들은 앨범을 여러 장 구매하거나 콘서트 티켓을 구하기 위해 경쟁하고, 한정판 굿즈를 찾기 위해 해외 판매자를 수소문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팬덤 소비는 일반적인 문화 소비보다 충성도와 지출 규모가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열정과 신뢰가 범죄에 이용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K-팝 굿즈 거래 사기입니다. 2026년 1월 싱가포르 경찰은 K-팝 굿즈 판매를 가장한 전자상거래 사기가 증가하고 있다며 공식 경고를 발표했습니다. 일부 판매자는 SNS나 온라인 거래 플랫폼에 한정판 앨범이나 포토카드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뒤 선입금을 요구하고, 돈을 받은 뒤 연락을 끊는 방식으로 사기를 벌였습니다. 경찰은 특히 계좌이체를 요구하거나 지나치게 큰 할인을 제시하는 판매자를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콘서트 티켓을 둘러싼 사기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경찰청은 2026년 2월 BTS 광화문광장 무료 공연 예매를 앞두고 온라인 대리 예매나 티켓 양도를 내세운 사기에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공연 규모가 커질수록 티켓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그 틈을 노린 범죄도 함께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피해 사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한 K-팝 팬이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의 사인이 담긴 사진을 구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서 개인 판매자를 찾았습니다. 판매자는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소개했고 팬은 안내받은 계좌로 돈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입금 이후 판매자는 연락을 끊었고 계정도 비공개로 전환되었습니다. 팬은 뒤늦게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사건도 있었습니다. 2026년 2월 5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 워킹홀리데이로 체류하던 프랑스인 팬이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 콘서트 티켓을 구하려다 온라인 판매자에게 속아 300만 원이 넘는 돈을 송금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판매자는 한국 여권 사진까지 보내며 신뢰를 얻은 뒤 추가 송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기 수법도 점점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일부 범죄 조직은 유명 배우나 아이돌을 사칭한 SNS 계정을 만들어 팬들에게 접근합니다. 팬들과 개인적인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뒤 금전을 요구하는 이른바 ‘팬덤 로맨스 스캠’ 형태입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2023년 로맨스 스캠 피해액은 약 13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팬덤의 감정적 애착을 이용하는 새로운 유형의 온라인 범죄가 등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일부 사건에서 범인이 한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을 사칭한 외국인으로 밝혀지기도 했다는 사실입니다. 아이돌 사진을 프로필로 사용하거나 한국 여권 이미지를 보내 신뢰를 얻는 방식입니다. 해외 팬들이 “한국에서 직접 구한 굿즈”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을 노린 수법입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단순한 개인 범죄를 넘어 한류가 성장하면서 나타난 새로운 현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팬들이 공식 쇼핑몰이나 대형 유통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구매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팬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개인 간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한류가 만들어낸 글로벌 팬 네트워크가 새로운 경제 활동의 공간이 되면서 동시에 새로운 위험도 등장한 것입니다.

한류는 이제 단순한 문화 콘텐츠의 인기를 넘어 하나의 문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음악과 드라마, 음식과 여행까지 한국 문화는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칩니다. 학자들은 이를 ‘문화 신뢰 자본(cultural trust capital)’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문화에 대한 호감이 그 나라 사람과 상품, 서비스에 대한 신뢰로 확장되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신뢰가 커질수록 그 이름을 이용하려는 그림자도 함께 자랍니다. 한류라는 이름이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을 움직이고 있는 지금, 그 이름이 범죄의 도구로 사용되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류의 성공은 단지 얼마나 멀리 퍼졌는가로만 평가되지 않습니다. 그 이름이 얼마나 오래 신뢰받을 수 있는가로도 결정됩니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 문화에 마음을 열고 있는 팬들이 여전히 그 이름을 믿을 수 있을지, 그 질문이 이제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 위드온 글로벌 브릿지 하지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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