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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세계여행] 튀르키예 이스탄불 보스포러스 해협과 아야 소피아

작성일 : 2026.03.11 13:19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튀르키예 이스탄불은 보스포러스 해협 양안에 형성된 도시다. 마르마라해와 흑해를 잇는 이 수로를 축으로 일곱 개의 언덕이 서로 다른 고도를 이룬다. 로마와 비잔틴을 거쳐 오스만 제국에 이르기까지 쌓인 석조 건축물은 현재의 대형 기반 시설과 나란히 놓여 있다. 해안선을 따라 남은 성벽과 현대적인 철도 궤도는 수로의 곡선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언덕은 눈에 보이는 상징을 올려 세우고, 해안은 사람들의 삶을 끌어안으며 도시의 몸체를 넓혀 왔다.

돔 아래에 서자 발걸음 소리가 천장으로 빨려 올라갔다가 늦게 돌아왔다. 지형의 정점인 술탄 아흐메트 지구 고지대에 자리한 아야 소피아 모스크의 내부다. 나는 고개를 들어 돔의 거대한 곡선을 다시 올려다봤다. 시야를 위로 밀어 올리는 압도적인 높이 끝에서 가벼운 현기증이 인다. 직경 31미터에 달하는 육중한 중앙 돔과 이를 지탱하는 필라, 그리고 하늘로 솟은 사방의 미나레트는 높은 곳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형상이다. 

성당에서 모스크로 이름이 바뀌며 남겨진 모자이크와 이슬람 서체는 한 공간에 섞여 묘한 긴장감을 만든다. 서기 537년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완공한 이 건물은 1453년 이후 주인이 바뀌었지만, 자리를 옮기지는 않았다. 돔의 무게를 견뎌온 천 년의 세월은 이 공간을 역사적 퇴적층으로 만들었다.

고지대를 등지고 해안 방향으로 급격한 경사를 내려오면 19세기 말 건립된 시르케지 역사가 나타난다. 해수면 아래를 관통하는 마르마라이 해저 노선이 놓여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지점이다. 대륙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이동은 지하의 궤도로 연결된다. 해협의 거센 바람을 맞으며 바라본 도시의 단면은 통치 시설과 생활 구역이 놓인 높이 차를 선명히 보여준다. 

미흐리마 술탄 자미는 16세기 건축가 미마르 시난이 설계한 종교 시설로, 161개의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내부 석재 표면을 건조하게 비춘다. 

언덕 위 거대한 건물들과 저지대의 번잡한 주거지가 높낮이에 따라 나뉘어 있는 광경은 이 도시가 지형을 어떻게 써왔는지 짐작하게 한다. 나는 잠시 난간에 손을 얹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멀어지는 언덕의 곡선을 본다. 도시가 오랜 시간 쌓아 올린 거대한 벽이 물결 위에 떠 있는 것 같다.

페리에서 타고 보스포러스 해협 북쪽 베식타시 구역으로 이동하면 돌마바흐체 궁전이 해안선을 따라 가로로 길게 자리하고 있다. 19세기 중반 완공된 이 궁전은 대리석 외벽이 바다와 맞닿은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궁전 정문 앞에 서자 미세하게 튀어 오르는 바닷물이 하얀 대리석 계단을 적시는 모습이 보였다. 

외교 사절이 배를 타고 정문을 곧바로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접안 시설은 수면 위에 놓여 있다. 내륙 요새 형태를 띠던 이전 시대 궁전들과 달리 전면이 해안으로 개방된 형태다. 궁전의 구조와 해안 관문은 바다를 향해 문을 열기 시작했던 이스탄불의 변화를 풍경으로 완성한다. 

19세기 중반 완공된 돌마바흐체 궁전은 대리석 외벽이 바다와 맞닿은 개방적 구조를 띤다. 외교 사절이 배를 타고 정문을 곧바로 통과하도록 설계된 수면 위 접안 시설은 바다를 향해 문을 열기 시작했던 이스탄불의 변화를 보여준다.

바다와 육지의 경계에 세워진 화려한 아치형 문은 대리석의 세밀한 조각이 윤슬과 맞물려 해안 풍경의 정점을 이룬다. 수평으로 길게 뻗은 해안선 위에서 수직으로 솟아오른 이 관문은 대륙과 해로를 시각적으로 연결하는 상징적인 지점이다.

바다로 뻗어 나간 이스탄불의 길은 오늘날 한국과의 기술 협력으로 확장되었다. 유라시아 터널과 차나칼레 대교 등 거대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과정에 한국 기업의 설계와 시공 기술이 쓰였다. 이 현대적 구조물들은 유라시아 대륙 양 끝을 묶어두는 단단한 실체가 된다. 이스탄불은 보스포러스 해협을 축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의 도시로 끊임없이 잇고 있다.

/ 글·사진 ⓒ 이정미, 한국콘텐츠개발연구원 이사장, 여행 인플루언서 ‘기장아내 나두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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