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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세계여행] 일본 오사카 교토 고베 간사이 3도시

작성일 : 2026.03.03 12:55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일본 열도 서쪽의 오사카, 교토, 고베는 하나의 생활권을 이루는 도시들이다. 간사이 국제공항을 기점으로 교토와 고베는 열차로 1시간 내외면 닿는 거리에 있다.

오사카가 상업의 중심 도시로서 역동한다면, 교토는 천년의 시간을 간직한 내륙의 역사 도시이고, 고베는 푸른 바다와 비탈진 언덕이 맞닿은 항구다. 이 세 도시는 저마다 독특한 색채를 유지하면서도 서로 맞물려 일본 서부 여행의 중심이 된다.

여정의 첫 발을 뗀 오사카는 네온사인과 간판이 밀집한 상업의 중심지다. 난바 역을 중심으로 펼쳐진 도톤보리 거리는 오사카 특유의 활기가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장소다. 수로를 따라 늘어선 전광판은 도톤보리의 밤을 상징하는 풍경이 되었다.

오사카에서 열차를 타고 북동쪽으로 향하면 풍경은 이내 고즈넉한 교토의 모습으로 전환된다. 높은 빌딩 숲 대신 낮은 처마의 목조 가옥들이 반겨주는 교토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박물관이자 역사적 보존 지구다. 니넨자카의 좁고 가파른 골목길에 위치한 스타벅스 다다미 매장은 전통 가옥의 미학을 현대적 브랜드에 성공적으로 녹여낸 사례로 꼽힌다. 

나는 100년이 넘게 잘 보존된 가옥의 스타벅스를 방문했다. 이 공간은 교토의 보존과 기능 전환을 보여주는 장소였다. 마룻바닥을 지나 다다미 방에서 커피를 마시니, 옛 건축물의 골조를 간직한 내부의 나뭇결과 부재의 질감을 느끼게 된다.

니넨자카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낮은 처마를 맞댄 목조 가옥들이 길게 이어진다. 경사진 길 끝으로 오래된 탑이 솟아 있는 풍경은 교토 골목 특유의 정취를 그대로 보여준다.

교토 북서쪽의 킨카쿠지(금각사)는 수면 위로 황금빛 누각이 투영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연못을 정원 삼아 배치된 누각은 주변의 나무들과 어우러져 고요한 풍경을 만든다. 이 화려한 건물은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완결된 형태를 드러낸다.

고베는 바다와 산이 맞닿은 지형이 도시의 선형을 결정한다. 거리는 해안선과 평행하게 뻗어 있고, 주거 지역은 산비탈을 따라 계단식으로 형성되어 있다. 간사이 생활권을 조금 더 내륙으로 넓히면 나라 공원에 닿는다. 이곳에서는 야생 사슴들이 자유롭게 거닐며 사람들과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

사슴들이 통행로를 가로지르며 맑은 눈망울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듯 움직이는 모습은 무척이나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가오는 사슴들의 모습은 나라 공원이 품은 이색적인 정취를 더하며 더욱 다정하게 느껴진다.

오사카와 교토, 고베는 서울과 경주, 부산을 한데 모아놓은 듯 닮은 구석이 많으면서도 저마다의 색깔이 뚜렷하다. 북적이는 시장통에서 조용한 사찰 뒷길로, 다시 바다가 보이는 언덕으로 이어지는 길을 걷다 보면 이 세 도시가 왜 하나의 생활권으로 읽히는지 드러난다. 간사이는 일본 서부의 어제와 오늘이 한 선로 위에 놓인 공간이다.

/ 글·사진 ⓒ 이정미, 한국콘텐츠개발연구원 이사장, 여행 인플루언서 ‘기장아내 나두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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