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Home > 칼럼

[이주영 하노이살이] 하노이댁의 추천, 진짜 꼭 가봐야 할 곳

작성일 : 2026.02.27 13:38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하노이에서 5년을 살았던 나에게 누군가는 묻는다. “꼭 가봐야 할 곳이 어디예요?” 나는 잠시 생각한다. 명소를 말하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내가 추천하고 싶은 곳은 여행 책자에 굵게 인쇄된 장소가 아니라 이 도시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들이다. 남편과 유치원생 아들, 그리고 나. 우리가 실제로 걸어 다니며 땀 흘리며 웃고, 때로는 짜증도 냈던, 이 도시의 체온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곳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시작은 기차길 카페 거리, 이른바 ‘Train Street’였다. 좁은 골목 사이로 선로가 깔려 있고, 그 옆으론 작은 카페와 식당이 촘촘히 붙어 있다.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연유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멀리서 기적 소리가 들린다. “조금만 옆으로요. 기차 와요.” 가게 주인의 말에 사람들은 익숙하게 의자를 접고 벽 쪽으로 몸을 붙인다. 기차가 코앞을 스치듯 지나가면 컵 속의 얼음이 덜컹거리고, 아이는 내 손을 더 꽉 잡는다. 그리고 기차가 사라지면 거짓말처럼 다시 커피 타임이 시작된다. 

하노이 구시가지에 위치한 기차길 마을은 현재 일부 구역만 출입이 가능하다. 무작정 들어가면 제지당할 수 있으니, 카페를 먼저 정하고 들어가는 게 안전하다. 기차 시간은 인터넷보다 현지 가게 사장님이 더 정확하다. 

아이와 방문했던 박물관들 중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곳은 바로 베트남 민족학 박물관이다. 실내 전시도 좋지만, 이곳의 진짜 재미는 야외 정원이다. 베트남은 54개의 민족으로 이루어진 다민족 국가로 다양한 가옥이 야외에 설치돼 있다. 에데족의 긴 롱하우스, 바나족의 뾰족한 공동주택, 몽족의 나무집이 실제 크기로 서 있다. 아이는 집 안을 뛰어다니며 묻는다.

“엄마, 지붕 왜 이렇게 높아?”
“창문은 왜 이렇게 작아?”

질문에 답해주다 보면, 이 나라 사람들이 어떤 날씨 속에서 살았는지, 왜 집을 이렇게 지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교과서보다 훨씬 빠르게 이해된다. 주말엔 야외에서 무료 수상 인형극이 열린다. 시간 맞춰 가면 돈 굳는다. 박물관은 꺼우저이에 위치, 오전 8시 30분~오후 5시 반까지 운영되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양산이나 모자는 필수다.

전통은 물 위에서도 이어진다. 인형이 튀어나오고, 용이 불을 뿜고, 물소가 논을 간다. 허리까지 물에 잠긴 조종사들이 뒤에서 대나무 막대로 인형과 소품을 움직인다. 말을 다 알아듣지 못해도 음악과 움직임만으로 충분히 재미있다. 수상 인형 극장은 호안끼엠 근처라 접근성이 좋다. 앞쪽 중앙 좌석은 물 튀는 맛은 있지만 뒷목이 아플 수도. 공연 시간은 여러 타임이니 일정에 맞춰 미리 예약하는게 안전하다.

전통 공연을 봤다면 이번엔 현재의 하노이를 볼 차례다. HANOI를 거꾸로 쓴 이름, IONAH. 이오나 쇼는 화려하다. 조명, 영상, 곡예, 현대 음악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아이도 졸지 않는다. 그게 가장 솔직한 후기다. 전통이 궁금하다면 인형극을, 지금의 하노이가 궁금하다면 이오나를. 시간이 된다면 둘 다 보길 추천한다. 도시의 양쪽 얼굴을 한 번에 보는 방법이다.

스타갤럭시 공연장은 롯데 센터 하노이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로, 온라인 여행 플랫폼이나 현지 여행사에서 예매 가능하다. 유치원생도 충분히 집중 가능하지만, 공연 시간이 저녁이라 낮잠 타이밍 조절이 필요하다.

밤이 되면 우리는 종종 타히엔 맥주거리와 호안끼엠 야시장으로 향했다. 주말 저녁이 되면 이 거리는 변한다, 차는 사라지고 사람들로 가득 찬다. 소맥과 K팝이 있다. 나는 이 거리를 “하노이의 을지로”라고 부른다. 아이와 커플 티셔츠를 맞춰 입고, 입체 팝업 카드에 감탄하고, 나는 코코넛 껍질로 만든 바구니를 샀다. 이곳엔 전진은 있어도 후퇴는 없다. 인파가 파도처럼 밀려든다.

운영 시간은 저녁 6시부터 밤 10시까지. 맥주 거리와 호안끼엠 야시장 구역이 다르기 때문에 지도에서 미리 위치를 찍어둬야 헤매지 않는다. 가방은 앞으로 매길 권장한다. 

도시가 너무 복잡하게 느껴질 때 우리는 택시를 타고 바비 국립공원엘 갔다. 하노이 도심에서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곳이다. 이곳은 단순한 트레킹 코스가 아니다. 캠핑이 가능하고, 계곡에서 물놀이도 할 수 있다. 부아산 정상 근처의 프랑스 식민지 시절 유적은 안개 낀 날 더 근사하다. 아이는 흙을 밟고, 우리는 텐트를 치고, 물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보냈다. 마치 우리나라 계곡에서 발 담그고 닭백숙 먹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하노이 바비현 Tan Linh 지역에 위치한 바비 국립 공원은 워낙 넓어 입구가 여러 개다. 캠핑인지, 트레킹인지, 계곡 물놀이인지 목적을 먼저 정하고 출발해야 헛걸음하지 않는다. 

하노이를 제대로 아는 방법은 체크 리스트를 다 채우는 게 아니다. 많이 보려 하지 말고 오래 머물러 있으라고 말하고 싶다. 빠르게 변하면서도 오래된 것을 놓지 않는 이 도시는 속도를 늦출수록 더 많은 얼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글·사진 ⓒ 이주영, (전)sbs 미디어 비평 작가, (현)화성시 미디어센터 강사, 한국문학예술원 이사 

[저작권자ⓒ 건강포커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