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6.02.26 12:57 작성자 : 편집부 (galaxytour13@naver.com)
한류는 이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음악은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동시에 공개되고, 드라마는 자막과 함께 전 세계에 실시간 배포됩니다. 화면만 켜면 한국을 만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6년 1월 발표한 ‘2025 대한민국 국가 이미지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응답자의 82.3%가 한국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26개국 1만3천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역대 최고 수치입니다. 특히 한국에 대한 호감 형성 요인으로 문화콘텐츠가 45.2%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K-팝과 드라마, 영화가 국가 이미지의 핵심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류는 더 이상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세계인의 일상 속 문화 소비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지점에서 질문이 생깁니다. 세계인은 이미 자국에서 한국 문화를 충분히 소비할 수 있습니다. 클릭 한 번이면 공연을 보고, OTT로 최신 드라마를 시청합니다. 그렇다면 “그날에는 반드시 한국에 있어야 한다”고 달력에 표시하게 만드는 힘이 지금의 한류에 존재할까요. 콘텐츠의 확산이 실제 방문과 체류로 얼마나 이어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할 시점입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외래관광객 조사’(2024~2025)는 의미 있는 단서를 제시합니다.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한 계기 중 38.3%가 ‘한류 콘텐츠를 접한 이후’라고 응답했습니다. 콘텐츠 경험이 실제 여행 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한류 팬 관광객은 정해진 패키지 코스를 따르기보다 공연 일정, 드라마 촬영지, 아이돌 관련 공간을 중심으로 스스로 일정을 설계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들은 사진만 남기고 떠나는 관광객이 아니라, 사랑한 장면을 직접 체험하려는 참여자에 가깝습니다. 관광은 이제 장소를 소비하는 행위를 넘어, 콘텐츠와 연결된 경험을 찾는 여정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관광 산업의 흐름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화려한 무대가 아니라 그 나라의 계절과 일상에서만 가능한 경험에 있습니다. 최근 한국관광공사의 ‘Feel the Rhythm of Korea’ 캠페인은 전통과 현대, 지역성과 대중문화를 결합해 수천만 회 조회를 기록했습니다. 영상은 단순 홍보를 넘어, 지역의 골목과 시장, 강변과 광장을 하나의 리듬으로 엮어냈습니다. 이는 콘텐츠가 지역 경험과 결합할 때 더 강한 설득력을 갖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아 있습니다. 한국에는 수많은 축제와 행사가 열리지만, 외국인이 언제 어디를 찾아야 하는지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의 지도’는 부족합니다. 계절별 대표 경험이 체계적으로 묶이지 못하고 흩어져 있습니다. 풍부함은 장점이지만, 동시에 선택을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이 반복되면 차별성은 약해지고, 상징적 장면으로 기억되기 어렵습니다.
세계인이 특정 도시를 기억하는 방식은 분명합니다. 프랑스는 칸 영화제가 열리는 시기, 브라질은 리우 카니발의 며칠, 독일은 옥토버페스트의 계절로 각인됩니다. 사람들은 장소보다 시간과 결합된 장면을 떠올립니다. “그날, 그곳에 있었다”는 경험은 여행을 하나의 사건으로 만듭니다. 문화가 산업으로 확장되는 순간은 바로 그 지점입니다. 화면 속 이미지가 실제 이동과 체류로 이어질 때 비로소 산업적 가치가 완성됩니다.
한국에도 이미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강원 화천의 겨울 얼음낚시 축제는 계절을 몸으로 체험하게 하고, 전남 장성 백양사 천진암의 사찰 김장 행사는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버무리며 함께 음식을 만드는 것을 경험하도록 합니다. 참가자들이 “한국의 생활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일본인 요리사 겐조 킴처럼 10년 넘게 이 행사에 참여하는 사례는 그 경험의 깊이를 보여줍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 시기 아니면 만날 수 없는 경험이라는 점에서 강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러한 경험을 시간의 흐름 속에 체계적으로 엮어내는 일입니다. 봄의 한강 밤풍경과 대학가 축제를 하나의 시즌으로 구성하고, 여름에는 바다와 음악·음식을 결합하며, 가을에는 전통과 현대 문화 행사를 연결하고, 겨울에는 얼음과 김장을 대표 경험으로 구조화하는 방식입니다. 도시 전체가 특정 시기에 하나의 이야기로 작동할 때 방문 동기는 더욱 선명해질 것입니다. 한국을 찾는 이유가 장소가 아니라 ‘그날’이 된다면 여행은 소비가 아니라 사건이 됩니다.
이미 세계인의 80% 이상이 한국에 호감을 갖고 있고, 10명 중 4명은 한류를 계기로 한국을 찾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 관심을 특정한 날짜와 장면으로 연결하는 일입니다. 콘텐츠가 화면을 채웠다면 다음은 도시의 시간을 채워야 합니다. 한국을 떠올릴 때 특정한 계절과 장면이 함께 기억되는 순간, 우리는 관광지가 아니라 경험으로 기억되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세계인은 자연스럽게 말하게 될 것입니다. 그날에는 한국에 있어야 한다고.
/ 위드온 글로벌 브릿지 하지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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