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6.02.25 12:49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방글라데시의 아침은 늘 시(詩)로 시작된다. 주전자에서 피어오르는 김 사이로 어머니가 읊조린다. “눈물 속에도 빛이 있다.” 타고르의 구절을 따라 부엌이 작아도 그 속은 언제나 우주만큼 깊다. 문학이 책을 벗어나 골목을 거니는 나라, 방글라데시는 그렇게 말로 세상을 가르친다.

이곳의 교육은 교과서보다 언어의 품격에서 시작된다. 벵골의 엄마들은 아이에게 글자를 가르치기 전에 먼저 말을 가르친다. “고운 말은 마음의 빛을 닦는 거야.” 그 말에는 문법보다 중요한 예의, 그리고 감정의 결이 배어 있다. 방글라데시의 여성 문해율은 1990년 26%에서 2023년 73%로 상승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단순히 학교에서 배운 결과가 아니다. 부엌이 교실이고, 시가 교과서이며, 어머니가 교사인 가정의 힘이 만든 변화다.
이 나라의 여성들은 한때 말할 권리조차 빼앗겼다. 1948년, 파키스탄 정부가 우르두어만을 공용어로 정했을 때, 벵골의 여학생들과 엄마들이 거리로 나섰다. “언어는 우리의 영혼이다.” 그날 이후 벵골어는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존엄의 문장이 되었다. 그래서 방글라데시의 가정교육은 언제나 언어의 품위를 지키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아이들은 밥상머리에서 말의 온도를 배운다. 반찬보다 먼저 나오는 건 “도논바드(감사합니다)”라는 말이다.
흥미로운 건 이 나라의 교육이 제도보다 감정의 리듬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화가 날 땐 차를 끓이고, 속상할 땐 시를 써라.” 엄마들이 자주 들려주는 말이다. 교육부가 정한 정규과정보다, 이런 일상의 가르침이 아이들의 감정 지능(EQ)을 세운다. 실제로 유니세프 조사에 따르면, 어머니가 자녀와 매일 15분 이상 대화하는 가정의 아이들은 학교 적응도가 1.6배 높고, 문제해결력도 평균 25% 더 뛰어나다.
방글라데시의 가정교육은 ‘학습’보다는 ‘공존’을 가르친다. 집 앞 나무에 물을 주며 “이 나무도 우리처럼 숨을 쉬고 있어”라고 말하는 순간, 아이는 생태를 배우고, 이웃의 안부를 묻는 법을 익힌다. 부모의 문해력은 자녀의 건강과 직결된다. 보건부 통계에 따르면, 어머니의 교육 수준이 초등 이상인 가정의 아동 예방접종률은 91%로, 문맹 가정(64%)보다 월등히 높았다. 글을 읽는 능력이 곧 생명을 지키는 기술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이 나라의 여성교육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빈곤, 조혼, 종교적 관습이 여전히 여아의 배움을 가로막는다. 그러나 변화를 이끄는 건 언제나 엄마의 끈기였다. NGO 브락(BRAC)은 1972년부터 농촌 여성 문해교육을 시작해 지금은 1,200만 명 이상의 여성이 졸업했다. 이 중 상당수가 마을 초등교사나 소규모 사업가로 성장했다. 그들은 아이들에게 말한다. “책은 세상을 여는 열쇠야”
이처럼 방글라데시의 여성교육은 ‘말’에서 ‘경제’로, 다시 ‘공동체’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이룬다. 예를 들어 의류산업(RMG)의 여성 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재봉틀을 돌리다가도 저녁엔 마을 문해교실을 연다. 아이들에게 읽기를 가르치며, 자신도 다시 배운다.
아이들은 어머니의 손끝에서 삶을 배운다. 글자를 익히기 전에 먼저 배우는 것은 ‘눈빛’이다. 엄마가 힘든 이웃에게 밥을 덜어주는 모습을 보며, 아이는 배움의 첫 정의를 깨닫는다. 가정교육은 윤리의 씨앗이고, 여성의 문해력은 그 씨앗에 물을 주는 일이다. 방글라데시 정부가 추진하는 「Education for All 2030」 계획에서도 ‘가정학습 환경 개선’을 핵심 목표로 삼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방글라데시의 교육은 종종 음악으로 가르친다. 아이들이 배우는 첫 노래는 국가(國歌) ‘아마르 쇼나르 방라(나의 금빛 벵골)’다. “눈물 속에서도 빛이 있다.” 이 한 구절은 교실에서 암송되고, 가정에서는 자장가가 된다. 언어와 노래, 정서와 지식이 구분되지 않는 교육, 그게 바로 이 나라의 방식이다.
방글라데시의 여성교육을 “감정의 문해”라고 부른다. 아이가 울 때 먼저 달래는 법, 친구의 상처에 손을 얹는 법, 실패 앞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는 법, 이 모든 것이 이 나라의 교과과정이다. 시험 점수가 아닌 감정의 품질이 인생을 바꾼다는 걸, 이곳의 어머니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언젠가 타고르가 말했다. “아이를 가르치려면 먼저 그 아이의 노래를 들어라.” 방글라데시의 여성들은 그 말을 삶으로 옮겼다. 교육은 결코 교실 안에만 있지 않다. 그것은 차 한 잔을 나누는 손길 속에 있고, 매일의 인사 속에 있다. “언어는 우리의 영혼이다.” 이 문장은 오늘도 어머니의 입술에서 흘러나와 아이의 마음에 새겨진다.
결국 방글라데시의 엄마들은 말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교실은 부엌이고, 교과서는 일상이며, 평가표는 아이의 미소다. 책보다 먼저 피어나는 시, 계산보다 오래 남는 노래.
그곳에서 배움은 지식이 아니라 사랑의 기술이 된다.
/ 글·사진 ⓒ 임향숙, 폭스포럼 대표, (사)지구보존운동연합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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