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6.02.12 12:52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다이어트는 그동안 얼마나 먹고 얼마나 움직이느냐에 달린 개인의 문제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몽골 청년층에서 확산되는 ‘한국식 다이어트’는 이 익숙한 설명에서 벗어납니다. 케이팝과 드라마를 통해 형성된 몸 이미지가 체중 감량을 넘어 삶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울란바토르의 한 대학생이 “한국식 다이어트는 살을 빼는 방법이 아니라 나를 관리하는 문화”라고 말한 것도 이런 변화를 잘 보여줍니다. 지금 몽골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체중계 위 숫자보다, 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이 흐름의 출발점에는 몽골의 인구 구조가 있습니다. 몽골은 35세 미만 인구 비중이 약 60%에 이르는 젊은 사회입니다. 청년층이 문화와 소비 변화를 이끄는 힘을 가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지요. 여기에 수도 울란바토르로의 인구 집중은 새로운 흐름이 빠르게 확산되는 토양이 됩니다. 변화는 늘 한 도시의 일상에서 먼저 시작되고, 그렇게 축적된 생활 방식이 사회 전반으로 퍼져 나갑니다.
현장의 풍경은 이미 달라졌습니다. KOTRA 울란바토르 무역관과 현지 피트니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내 헬스장에서는 케이팝 음악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트레이너들은 닭가슴살과 고구마, 김치를 중심으로 한 식단을 권합니다. 젊은 층은 한국 유튜브의 다이어트 콘텐츠를 참고해 식단을 구성하고, SNS에는 도시락 사진과 식단 기록이 일기처럼 공유됩니다. ‘저당식’, ‘치팅데이’, ‘클린푸드’ 같은 표현이 몽골어와 섞여 쓰이는 모습도 낯설지 않습니다. 한류가 화면 속 유행을 넘어, 일상의 건강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입니다.
몽골의 식탁은 오랫동안 고기와 유제품 중심이었습니다. 혹독한 기후와 유목의 역사가 만든 선택이었지요. 그러나 도시화와 함께 생활 리듬이 바뀌면서 몸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습니다. 최근 통계에서는 도시 소비자들 사이에서 지방 섭취를 줄이고 쌀·채소 중심 식단을 택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건강은 병원에서 처방받는 문제가 아니라, 매일의 식사와 운동에서 만들어진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WHO의 몽골 STEPS 조사 역시 비전염성 질환 위험 요인이 일상과 깊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이어트가 유행어가 되기 전부터, 변화의 필요성은 이미 생활 속에서 감지되고 있었습니다.
시장 지표 역시 이 흐름을 뒷받침합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MARC는 한국 건강·웰니스 시장이 2025~2033년 연평균 2.31% 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체중 관리 식품과 저당 음료가 핵심입니다. 이는 콘텐츠 수출이 이끌던 한류가 생활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몽골에서도 울란바토르를 중심으로 한국식당이 100곳을 넘어서며, 분식과 도시락, 저당 메뉴가 일상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 현지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드라마 속 장면 때문에 한식을 찾았다면, 지금은 건강식이라는 이유로 선택한다”고 말합니다. 한류의 동기가 미학에서 건강으로 이동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따르면 2025년 ‘케이-푸드 플러스’ 수출액은 약 136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기능성 음료와 저당 간식이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몽골에서도 한국산 쌀 수입이 전년 대비 195% 늘고 저염 식품 판매가 증가하는 등, 케이푸드가 ‘건강 이미지’로 소비되는 흐름이 뚜렷합니다.
이 변화의 정서적 배경에는 한국 연예인에 대한 선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케이팝 스타와 드라마 배우의 날씬한 몸은 현지 청년들에게 단순한 외모가 아니라 자기 절제와 관리의 상징으로 읽힙니다. 여기에 최근 한국에서 강조되는 ‘굶지 않는 다이어트’, 균형 잡힌 식단과 근력 운동 중심의 메시지가 더해지며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의료와 웰니스 영역에서도 이 흐름은 이어집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몽골인이 가장 가고 싶은 나라 1위는 한국이며, 약 9.1%가 의료관광을 희망합니다. 이는 한류가 문화 소비를 넘어 치료와 관리, 웰니스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최근 울란바토르의 한국 의료·뷰티 설명회에서는 체형 관리와 건강 검진을 결합한 프로그램이 소개되며, 한국식 다이어트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물론 그림자도 있습니다. 이상화된 몸 이미지가 또 다른 압박으로 작용할 위험, 무리한 절식과 단기 감량에 대한 우려 역시 공존합니다. 그럼에도 몽골 청년층이 받아들이는 한국식 다이어트는 비교적 분명한 방향을 갖습니다. ‘단기 감량’보다 ‘체질 개선’, ‘무조건 굶기’가 아닌 ‘생활 방식의 개선’에 가깝습니다.
한류는 이제 몸의 문화로 들어왔습니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움직이며, 어떤 속도로 자신을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동했습니다. 그것은 소비이자 교육이고, 산업이자 외교입니다. 울란바토르의 체중계 위 숫자들은 가볍지 않습니다. 한 문화가 다른 문화의 일상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한류는 더 이상 ‘보는 문화’가 아니라 ‘사는 방식’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맨 앞줄에 몽골의 젊은 세대가 서 있습니다.
/ 위드온 글로벌 브릿지 하지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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