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6.02.10 13:39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히말라야의 어머니들은 오늘도 바람으로 가르친다.
히말라야의 바람은 낮게 운다. 네팔 사람들은 그 바람을 “신의 숨결”이라 부른다. “신은 산에 있고, 사람은 그 아래 산다.” 인간이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손님임을 아는 겸손의 철학—이 정신은 네팔 여성들의 교육법 속에도 고스란히 살아 있다.

새벽이면 어머니들은 향을 피운다. 그 연기 속에서 밥 냄새와 기도의 냄새가 함께 섞인다. 아이가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은 “남스테(Namaste)”다. 두 손을 모아 인사하는 그 말은 “당신 안의 신성에 내 신성이 경의를 표합니다”라는 뜻이다. 네팔의 가정교육은 이 한마디에서 시작된다. 존중과 겸손, 그 두 가지 단어가 네팔식 교육의 교과서다.
네팔의 집은 작아도 그 안엔 신이 산다. 부엌의 한쪽엔 작은 제단이 있고, 그 앞에서 어머니는 기도한다. “오늘도 평화를 주소서.” 밥을 짓는 손길은 예배의 연장이고, 자녀에게 밥을 먹이는 일은 신에게 올리는 공양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연스레 배운다. 사는 건 봉사이며, 가르침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그러나 향기로운 이 일상에도 숫자의 그림자가 있다. UNICEF 보고서에 따르면 네팔의 초등학교 순입학률은 97%에 달하지만, 여아의 중학교 진학률은 남아보다 여전히 낮다. 특히 저소득층과 소수민족 가정의 중도탈락률은 30%를 넘어선다. 학교 문은 열렸지만, 배움의 질은 여전히 가정의 형편과 어머니의 학력에 따라 갈린다.
네팔의 교육제도는 유아·초등·중등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유아교육은 1년의 준비과정, 이후 1~8학년까지가 기본교육이며 헌법상 무상·의무교육이다. 중등교육(9~12학년) 역시 무료교육을 원칙으로 한다. 전체 학교의 20%가 사립이며, 학생의 28%가 이곳에 재학 중이다. 제도는 갖춰졌지만, 현실은 여전히 도시와 농촌, 성별과 계층 간의 격차가 깊다.
세계은행의 「조기유아교육 진단 보고서」는 “접근성은 향상됐지만 질적 성과로 연결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교사 부족보다 더 큰 문제는 ‘가정 안의 교사’인 엄마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네팔에서 글을 읽을 수 있는 어머니가 있는 집의 아이는 그렇지 않은 가정보다 읽기 능력 향상 속도가 두 배 빠르다.
그래서 네팔의 어머니들은 학교가 문을 닫아도 배우기를 멈추지 않는다. 1992년 여성의 고등교육 진학률이 23%에 불과했지만, 2018년 52%로 뛰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아들을 우선하던 가정 문화가 ‘배우는 여성’을 통해 서서히 재편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배우는 여성이 많아질수록, ‘아들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교육은 단지 지식을 얻는 수단이 아니라, 오랜 편견을 뒤흔드는 문화적 혁명인 셈이다.
정부도 여성들의 ‘두 번째 배움’을 돕고 있다. 유엔아동기금의 ‘GATE(Girls’ Access to Education)’ 프로그램은 결혼이나 가사로 학교를 떠난 여아에게 다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2024년 현재 약 15만 명의 여성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글을 배우고 있다. 그들은 다시 교과서를 펴며 아이들에게 말한다. “배움은 나이와 상관없어. 언제나 우리는 배우는 사람이야.”
그러나 여전히 산은 높고 길은 멀다. 네팔의 여성은 하루 평균 9시간을 가사노동과 농사에 쓴다. 공부할 시간은 늘 밤늦은 불빛 아래 겨우 남는다. 그래도 그들은 책을 펼친다. “나는 신에게 기도하기보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줘요. 그것이 내 기도예요.” 이 말은 네팔 여성교육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배움은 신전이 아니라, 부엌의 연기와 아이의 숨결 사이에서 피어난다.
네팔의 가정교육은 지식을 쌓는 일보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을 먼저 가르친다. 아이가 다투면 “물처럼 흘러라” 하고, 경쟁에 지치면 “함께 걷자” 한다. 넘어졌을 때는 “땅에게 미안하다고 해라” 배운다. 그들에게 교육은 생존의 기술이 아니라 존중의 예술이다.
이런 교육법은 종교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선다. 힌두 사원 앞에서 불교 스님이 찬트를 읊고, 불탑 아래에서 힌두 여성이 기도한다. 신들이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듯, 사람도 다름을 배운다. 그래서 네팔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라는 감정의 문법을 익힌다.
이렇게 네팔의 여성들은 오늘도 새벽마다 사원의 계단을 닦으며 자신과 세상을 단정히 한다. 그 손끝에서 피어나는 향내가 마을의 공기를 바꾸고, 그 마음이 아이들의 인격을 세운다. 네팔의 배움은 학교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밥 냄새 속에서, 향내와 노을빛 사이에서, 손을 모은 인사 속에서 시작된다.
히말라야의 바람처럼 고요하지만 단단한 그들의 배움은 가족을 넘어 사회를 바꾸고 있다. 신이 산에 있고, 사람은 그 아래 산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네팔의 어머니들은 오늘도 바람으로 가르친다.
“남스테—당신 안의 신성에 경의를.”
/ 글·사진 ⓒ 임향숙, 폭스포럼 대표, (사)지구보존운동연합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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