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6.02.05 13:22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지방 도시의 청년정책은 결국 도시의 미래를 향한 질문에 가깝다. 청년이 머무르지 못하는 도시에서 정책은 성과라기보다 변명에 가깝다.

청년 지원금의 규모나 사업의 개수는 그다음 문제다. 숫자는 정책의 외형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청년의 선택까지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졸업과 동시에 도시를 떠나는 경로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면, 아무리 많은 예산과 프로그램이 투입되었더라도 정책은 한 번 더 점검이 필요하다.
이 질문을 놓고 전북을 바라보면, 조용히 방향을 바꾸고 있는 도시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익산시다. 익산은 화려한 선언보다 청년이 머물 수 있는 조건을 차근차근 쌓아온 도시다. 떠나는 이유를 붙잡으려 하기보다, 남을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 왔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하다.
익산의 변화는 갑작스럽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더 분명하다. 청년이 떠나던 익숙한 경로 위에 작은 갈림길 하나를 더 만드는 방식이다. ‘언젠가는 떠나더라도, 지금은 여기서 시작해볼 수 있겠다’는 선택지다. 청년정책이란 어쩌면 그 선택지를 조용히 열어두는 일에 가깝다.
이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함께 떠올릴 만한 국제 사례가 있다. 독일의 라이프치히다. 라이프치히는 통일 이후 구동독 산업 붕괴로 급격한 쇠퇴를 겪었다. 2005년 실업률은 21%까지 치솟았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를 떠났다. 그러나 도시는 방향을 바꿨다. 빈 공장과 노후 주거지를 청년·예술·창업 공간으로 전환했고, 그 결과 2005년 이후 약 8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냈다. 2019년 실업률은 6%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현재 18~34세 청년 비중은 25.5%에 이른다. 청년이 보호 대상이 아니라 도시 회복의 주체가 된 결과다.
익산에서도 비슷한 신호가 포착된다. 익산 청년정책의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30대 청년 인구의 순유입 전환이다. 전북의 다수 시·군이 여전히 청년 순유출 구조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익산은 2024년 이후 30대 인구가 연속적으로 증가했다. 최근 1~2년 사이 연 400~700명 규모의 순증이 확인된다. 이는 전북 전체 30대 순증 규모를 웃도는 수치로, 단순한 통계 변동이 아니라 구조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더 중요한 점은 이 증가가 ‘잠시 머물다 가는 유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전입 청년 다수는 취업과 주거, 생활 기반을 함께 확보한 상태에서 익산에 자리 잡고 있다. 익산은 이제 ‘머물다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삶을 설계할 수 있는 도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익산 청년정책의 특징은 청년 유출의 원인을 ‘일자리 부족’ 하나로 단순화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익산시는 취업의 성공 여부보다 취업 이후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 즉 장기 근속과 정착을 정책의 목표로 삼았다. 근로청년수당, 지역 산업 연계 취업 프로그램, 청년 도전·역량 강화 사업이 이를 보여준다. 중소·중견기업에 근무하는 청년에게 최대 3년간 지역화폐 형태의 소득 보조를 제공한 것은 단기 성과보다 일하며 견딜 수 있는 시간을 정책으로 설계한 선택이다.
여기에 국가식품클러스터, 바이오·식품 산업과 지역 대학을 연결한 취업 프로그램은 기존의 ‘졸업에서 타지역 이동’ 경로를 ‘졸업 후 지역 취업과 정착’으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청년의 선택지를 바꾸는 정책이다.
청년정책에서 종종 빠지는 영역이 주거다. 익산은 이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 9,500세대 이상 신규 주택 공급, 청년·신혼부부 대상 주택자금 대출이자 지원 확대, 월세·전입 정착 패키지가 동시에 추진됐다. 주택자금 이자 지원 신청자의 약 78%가 30대, 이 가운데 외부 전입자 비율이 30%를 넘는다. 이는 청년이 취업 때문에 잠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주거 선택을 통해 도시를 장기 거점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창업 분야에서도 변화는 숫자로 확인된다. 최근 몇 년간 130명 이상이 청년창업 지원을 받았고, 이 가운데 50명 이상이 실제 익산으로 전입해 정착했다. 일부 기업은 1억 원 이상 투자 유치, 정부 TIPS 추천 단계까지 진입했다. 이는 체험형 창업을 넘어, 지역에서도 성장 가능한 창업 생태계가 작동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청년정책의 성과는 즉각 출생률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익산에서는 후행 지표에서도 변화가 보인다. 최근 출생아 수는 2년 만에 1,000명대를 회복했고, 행정안전부 기준 생활인구는 등록인구의 약 2.7배까지 확대됐다. 익산이 더 이상 스쳐 가는 도시가 아니라, 일하고 소비하며 관계를 맺는 도시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익산의 사례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청년은 단순히 돈 때문에 남지 않는다. 선택할 수 있을 때 남는다. 라이프치히가 그랬듯, 익산 역시 일자리와 주거, 청년의 참여 구조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으며 방향을 틀고 있다. 아직 완성형 도시는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익산은 이미 출발선 위에 있으며, 그 변화는 숫자와 일상의 변화로 증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방소멸을 이야기할 때, 익산은 이제 질문의 대상이 아니라 비교의 기준이 되고 있다.
/ 한국문학예술원 강이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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