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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석 청년정책] 청년이 머물러야 하는 이유를 묻는 도시, 진주

작성일 : 2026.01.22 13:27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핀란드 북부의 중견도시 오울루(Oulu)는 한때 노키아에 대한 산업 의존도가 매우 높았던 도시였다. 대기업이 흔들리자 도시는 곧바로 생존의 질문과 마주했다. “청년은 왜 이 도시에 남아야 하는가.” 오울루가 택한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지원금을 늘리거나 단기 일자리를 급히 만드는 대신, 법과 제도로 청년이 머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다.

오울루 청년정책의 핵심은 참여의 제도화다. 청년위원회와 청년포럼은 보여주기식 기구가 아니라 실제 의사결정 과정과 연결된다. 청년 단체와 프로젝트에는 상시 보조금이 제공되고, 활동 공간도 제도적으로 열려 있다. 청년의 ‘취업 여부’가 아니라 청년의 활동 자체가 정책의 대상이 된다. 청년을 보호해야 할 객체가 아니라, 도시를 함께 운영하는 주체로 바라보는 관점이 분명하다.

이 지점에서 진주를 다시 보게 된다. 진주는 화려한 랜드마크도, 대규모 산업단지도 없는 도시다. 그래서 경남에서 청년정책을 이야기할 때 종종 과소평가된다. 그러나 정책의 언어로 진주를 들여다보면, 이 도시는 분명한 방향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 진주 청년정책의 중심에는 ‘유입’이 아니라 정착이라는 단어가 놓여 있다.

진주시는 2025년 기준 4개 분야 40개 청년정책 사업에 191억 원을 투입한다. 2년 전보다 사업 수와 예산이 모두 늘었다. 중요한 것은 액수보다 방식이다. 진주는 청년정책을 단발성 공모사업이나 이벤트로 다루지 않는다. 청년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중장기 계획을 유지하며, 정책을 행정의 일상 속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장 체감도가 높은 변화는 주거 정책에서 나타난다. 청년주택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은 무주택 청년의 주거 부담을 직접 낮춘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월세와 보증금은 곧 이탈의 이유가 된다. 진주는 이를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비용으로 인식하고 행정이 개입했다. 청년이 버티는 것이 아니라, 살 수 있게 만드는 정책이다.

일자리 정책의 방향도 분명하다. 진주가 강조하는 것은 일자리의 ‘숫자’가 아니라 첫 진입이다. 청년 일경험(인턴) 지원사업은 청년에게는 경력의 출발점을, 기업에는 채용 부담을 낮추는 장치를 제공한다.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과 지역 중소기업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진주의 도시 조건과도 맞닿아 있다.

생활 안정 정책도 눈여겨볼 만하다. 중소기업 취업 청년 복지지원금은 청년에게 지급되지만, 지역화폐로 순환된다. 청년의 생활비 지원이 곧 지역경제로 이어지도록 설계한 것이다. 청년정책을 복지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고, 지역경제 정책으로 연결한 지점이다.

진주의 또 다른 강점은 공간에 남는 정책이다. 청년허브하우스와 청년 머뭄센터는 청년정책을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도시 안의 물리적 거점으로 고정한다. 여기에 경남도의 모다드림 청년통장이 결합되면, 주거·일자리·생활비 지원 위에 자산 형성까지 이어지는 정착의 사다리가 완성된다.

이제 질문은 분명하다. 오울루의 철학을 진주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답은 예산 확대가 아니다. 핵심은 구조다. 청년위원회가 자문을 넘어 정책 설계의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소액이라도 상시 프로젝트 지원과 공간 사용권을 열어, 청년이 직접 기획하고 실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혁신도시와 원도심을 잇는 교통·문화·야간경제를 연결해, 청년의 하루가 끊기지 않도록 생활권을 재설계해야 한다. 공공과 중소기업 중심의 안정성 위에 문화·디지털·콘텐츠 같은 저위험 실험을 얹는 민간 확장 통로도 필요하다.

물론 진주의 한계는 분명하다. 민간 산업의 확장성은 아직 약하고, 문화와 야간경제, 청년 커뮤니티도 충분하지 않다. 청년 참여 구조 역시 형식적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럼에도 진주는 중요한 질문을 바꿨다. “어떻게 데려올 것인가”가 아니라, “왜 남아야 하는가”를 묻기 시작한 도시다.

오울루가 보여준 것은 거창한 상징이 아니다. 청년이 도시 안에서 자신의 일상을 설계할 수 있게 만드는 구조다. 진주는 이미 정착 비용을 낮추는 데서 성과를 냈다. 이제 참여와 활동을 제도에 연결할 차례다. 그렇게 된다면 진주는 ‘머무는 도시’를 넘어 자라는 도시로 나아갈 수 있다.

진주는 화려하지 않다. 대신 조용히 구조를 만든다. 청년이 도시를 선택하는 이유는 결국 안정적인 일상이다. 주거비, 첫 일자리, 생활비, 머무를 공간. 진주의 청년정책은 이 네 가지를 행정의 언어로 하나씩 채워가고 있다. 지방 중견도시의 청년정책이 나아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경로가, 지금 진주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 한국문학예술원 강이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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