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6.01.21 18:55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요즘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보내는 하루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행’이라는 말이 조금 어색해집니다. 공연장을 찾고 드라마 촬영지를 도는 일정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밤에는 PC방에서 자리를 맡기고, 낮에는 퍼스널 컬러를 진단받으며, 돌아가기 전에는 이불을 고릅니다. 한국 여행은 이제 ‘보는 여행’이 아니라, 잠시 한국인처럼 살아보는 시간으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이 변화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PC방입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PC방은 더 이상 컵라면과 게임의 공간이 아닙니다. 최신 사양의 컴퓨터, 몸을 깊게 맡길 수 있는 의자, 개인 헤드셋, 그리고 자리로 바로 제공되는 음식까지. 게임과 식사, 휴식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구조는 하나의 완결된 시스템처럼 작동합니다. 일부 매장에서는 파스타나 스테이크, 고기와 생선회까지 즐길 수 있습니다. 게임을 하다, 식사를 하고, 다시 몰입하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SNS에는 ‘한국 PC방 체험’ 영상이 꾸준히 올라옵니다. “게임을 하는 환경 자체가 다르다”, “PC방이 하나의 문화 공간처럼 느껴진다”는 반응이 반복됩니다. 세계적인 e스포츠 선수들이 성장해 온 무대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지며, PC방은 관광지 목록이 아니라 한국의 일상으로 들어가는 입구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낮의 풍경도 달라졌습니다. 전통 체험에 더해 관심은 퍼스널 컬러 진단, 아이돌 메이크업, 한강 라면처럼 동시대의 일상으로 옮겨갑니다. 특히 퍼스널 컬러 진단은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고, 이는 단순한 미용을 넘어 한국인이 자신을 준비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체험이 되고 있습니다. 홍대와 성수 일대의 관련 숍에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외국인이 찾고, 성수기에는 한 달 방문객이 수천 명에 이르기도 합니다.
아이돌 메이크업 체험 역시 같은 흐름을 가집니다. 흥미로운 점은 사진의 결과보다 과정에 더 큰 의미를 둔다는 점입니다. 조명과 촬영 각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도까지. 한국에서는 익숙한 네컷 사진 문화가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하나의 콘텐츠로 받아들여집니다. 무엇을 입고, 어떤 색을 쓰고, 어떤 각도로 카메라 앞에 서는지까지 포함한 ‘준비의 과정’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 됩니다.
여행의 마지막 장면은 의외로 조용한 곳에서 펼쳐집니다. 광장시장 안쪽, 오래된 이불 골목입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불을 만져보고 가격을 묻고, 진공 포장을 요청하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일본에서는 한국 이불이 ‘이부루(イブル)’라는 이름으로 통용될 만큼 익숙해졌고, 중동과 북미에서는 한국산 극세사 담요가 호텔과 가정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가볍고 폭신한 촉감, 세탁이 쉬운 구조, 합리적인 가격대는 한국 이불을 기념품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생활의 선택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 장면들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PC방에서 밤을 보내고, 아이돌처럼 꾸며보고, 한국 이불을 사 간다는 것은 단순한 소비가 아닙니다. 한국의 하루와 밤을 살아보는 시간이 됩니다.
이 변화는 수치로도 분명합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 2,500만 명, 활동 국가는 120개국에 이릅니다. UNCTAD는 한국을 ‘창의산업 수출 선도국’으로 분류하며, 문화 콘텐츠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평가합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류를 계기로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의 1인당 소비액은 일반 관광객보다 20% 이상 높습니다. 음악·방송·게임·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의 성장과 함께, 한류는 이제 결과물이 아니라 제작 방식과 시스템 자체가 세계로 이동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합니다.
외교적 측면에서도 K-컬처는 중요한 자산입니다. 외교부는 한류를 공공외교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며, 문화 경험을 통해 국가 이미지와 신뢰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군사력이나 경제력과는 또 다른 형태로서 생활에 스며드는 소프트 파워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앞선 칼럼에서 다룬 ‘체험형 K-웰니스’ 흐름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몸을 맡기는 여행에서 생활을 따라 해보는 여행으로, 한류의 무게 중심은 관리에서 일상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의 K-컬처는 ‘메이드 인 코리아’를 넘어, 한국의 방식과 함께 경험되는 문화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제 한국을 ‘보러’ 오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잠시 머무는 여행자가 아니라, 하루쯤은 한국인처럼 살아보는 생활이 됩니다. 드라마와 음악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한국의 일상과 리듬을 직접 살아보며 그 감각을 자신의 삶으로 가져갑니다. 그래서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유명해졌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스며들었는가입니다.
‘Made in Korea’를 넘어 ‘메이드 위드 K’.
우리는 지금, 한국의 일상과 함께 완성되는 한류의 새로운 시대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 위드온 글로벌 브릿지 하지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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