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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향숙 여성교육] 라오스의 보펜냥, 괜찮아요 교육학

작성일 : 2026.01.20 12:44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라오스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들려오는 말이 있다. 보펜냥(ບໍ່ເປັນຫຍັງ) — “괜찮아요.”

실수해도, 계획이 틀어져도, 버스가 한참 늦어도 사람들은 웃으며 이 말을 건넨다. 그 미소 속에는 단순한 위로나 낙관이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담겨 있다. “지나간 것은 붙잡지 않고, 남은 것으로 서로를 돌본다.” 불교의 무상(無常)을 일상으로 살아내는 나라, 라오스의 교육은 이 철학 위에 세워져 있다.

라오스의 여성교육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결국 이 ‘괜찮아요’의 미학을 이야기하는 일이다. UNICEF(2024)에 따르면 라오스 여학생의 취학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농촌 지역 여아의 중등학교 진학률은 도시의 절반 수준이며, 성인 여성의 문해율은 남성보다 여전히 10% 이상 낮다. “딸이 학교에 가면 누가 동생을 보겠나”, “여자는 집안일을 배워야지”라는 말이 아직 시골의 부엌에서 오간다. 그럼에도 라오스의 여성들은 조용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

낮에는 밭일을 하고, 밤에는 아이 곁에서 글자를 익히는 엄마들. 딸에게 “공부하라” 말하기 전에, 스스로 배움의 모범을 보인다. 라오스의 가정교육은 경쟁보다 관계를, 결과보다 과정을 가르친다. 아이가 실수를 해도 꾸짖지 않고 “보펜냥”이라 웃는다. 실패를 부끄러움이 아닌 성장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 그 너그러움이 아이의 자존감을 지탱한다. 그래서 라오스의 아이들은 시험이 끝난 뒤에도 웃을 줄 알고, 친구의 성공을 시기하기보다 함께 축하한다. “잘하는 법”보다 “함께 사는 법”을 먼저 배우는 나라, 그것이 라오스다.

세계은행(2023) 보고서는 가정의 소득 수준과 부모의 학력이 자녀의 학습 성취도에 강한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라오스 농촌 가구의 절반 이상은 교과서와 학습공간이 부족하지만, 그 빈자리를 ‘이야기 교육’이 채운다. 저녁이면 가족이 둥근 쟁반을 둘러앉고, 밥과 함께 지혜가 오간다. 할머니는 전쟁 시절의 기억을, 어머니는 오늘의 시장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이는 밥을 먹으며 언어와 세상의 질서를 함께 배운다. 라오스에서는 식탁이 곧 학교다.

이러한 전통은 제도적 교육 속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라오스의 교육제도는 초등 5년, 하부중등 3년, 상부중등 3년로 구성되며, 교육체육부가 중심이 되어 지방정부와 마을 교육위원회가 함께 운영한다. 초등학교 순취학률은 98.7%로 높지만, 중도탈락률과 학습 성취 격차는 여전히 크다. 유아교육 등록률은 30% 미만으로, 절반 이상의 아동이 학교 입학 전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다. 농촌의 교사 부족과 라오어 중심 교육으로 인한 언어 장벽도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농촌과 소수민족 아이들을 위해 유아교육 기회를 늘리고, 여성 교사를 양성하며, 모국어와 라오어를 함께 가르치는 새 교육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교사와 학교, 그리고 마을이 함께 아이를 품는 이 변화 속에서 ‘라오스의 첫 교사는 엄마다’라는 말이 더욱 깊이 다가온다. 아이는 학교를 두려워하지 않고, 엄마의 말이 곧 지식의 언어가 된다.

이 철학을 가장 아름답게 실천하는 곳이 바로 사오반(Saoban) 프로젝트다. 여성 장인들이 대나무 공예와 전통 직조로 얻은 수익의 일부를 마을 장학금으로 돌린다. 그들에게 경제란 돈의 순환이 아니라 복(福)의 순환이다. 시장 한켠의 공방에서는 젊은 여성이 염색을 배우고, 할머니 장인이 문양의 의미를 알려준다. “이 물결은 마음이 흔들려도 다시 고요로 돌아간다는 뜻이야.” 실 한 올에도 감정의 교훈이 스며 있다.

라오스 여성들은 또한 공동체의 감정 중재자다. 마을 회의에서 말다툼이 시작되면 나이 든 여성들이 차를 내오고 화제를 돌린다. 분노가 가라앉을 시간을 주는 것이다. 그 사이 껜(Khaen)의 대나무 선율이 흐르고, 누군가의 실수에는 또 다른 이가 “보펜냥”이라 웃는다. 라오스의 평화는 법이 아니라 감정의 리듬으로 다스려지는 사회적 기술에서 비롯된다.

물론 그늘도 있다. 도시화와 관광산업의 확대로 공동체가 흔들리고, 젊은 세대는 도시로 떠난다. 그러나 라오스는 급히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 외부 자본을 들일 때도 마을의 합의와 ‘분(공덕)의 환원’을 계약에 포함시킨다. 빠름보다 중요한 건 공동체가 감정적으로 따라올 시간을 확보하는 일. 이 느림의 철학이 라오스식 정책의 근본이다.

라오스 여성교육의 본질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전수하는 일이다. 아이는 먼저 글자보다 평정심을 배운다.

해질 무렵, 메콩 강가에 붉은 빛이 번진다. 찹쌀 향이 피어오르고, 아이들이 작은 북을 두드린다. “실수해도 괜찮다.” 누구도 재촉하지 않는다. 누군가 리듬을 놓치면 옆 사람이 자연스레 속도를 맞춘다. 라오스의 평온은 그래서 견고하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보펜냥’이라 미소 짓는 엄마의 얼굴이 있다.

“우리는 함께 견디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 글·사진 ⓒ 임향숙, 폭스포럼 대표, (사)지구보존운동연합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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