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6.01.02 12:48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한 도시가 청년을 어떻게 대하는지는 그 도시가 어떤 미래를 선택했는지를 가장 솔직하게 드러낸다. 숫자와 구조로 그 답을 보여준 대표적인 곳이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빌바오다.

빌바오는 한때 철강과 조선 산업이 무너지며 실업과 인구 유출을 동시에 겪은 도시였다. 그러나 이 도시는 청년정책을 ‘복지’로 다루지 않았다. 대신 도시 고용 구조를 다시 짜는 일로 접근했다. 시 산하 고용·창업 전담기관인 Bilbao Ekintza를 중심으로 정책을 집행했고, 결과는 분명한 숫자로 남았다.
코로나19 이후인 2020~2021년, 빌바오는 공공 직접 고용과 민간 기업 고용 보조금을 결합한 고용·청년고용 계획을 통해 1,012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더 주목할 점은 이 가운데 약 70%가 민간 기업 연계 일자리였다는 사실이다. 단기 공공일자리로 통계를 채우는 방식이 아니라, 청년을 시장 안으로 밀어 넣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Youth Employment Plan’ 역시 같은 흐름 위에 있다. 8~12개월 풀타임 고용 계약을 기본으로 하고 직무훈련을 결합해, 잠깐의 체험이 아닌 이력으로 남고 다음 일자리로 이어지는 고용을 지향했다. 이러한 정책의 축적을 두고 OECD는 빌바오를 “산업전환 이후에도 고용 회복력을 유지한 도시”로 평가했다. 실제로 2018년 빌바오의 고용률은 64%로, 청년정책이 이벤트를 넘어 도시 운영의 기본 인프라로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이제 시선을 한국으로 돌려보자. 청주시는 아직 빌바오만큼 긴 시간이 쌓인 도시는 아니다. 하지만 방향과 구조에서는 놀라울 만큼 닮아있다. 청주시의 청년정책은 ‘의지를 갖고 있다’는 선언에 머물지 않는다. 제도와 계획, 공간과 사업이 성과에 비교적 또렷하게 맞물려 움직이고 있다.
먼저 법적 기반이 분명하다. 청주시는 「청주시 청년 기본 조례」를 통해 청년정책의 책무와 방향, 청년정책위원회 설치를 명확히 했다. 이 조례를 바탕으로 5년 단위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매년 시행계획과 예산으로 연결한다. 청년정책을 단년도 사업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중장기 과제로 다루겠다는 선언이 제도 안에 들어가 있는 셈이다.
정책의 중심에는 일자리가 있다. 청주시는 청년성장프로젝트와 청년도전지원사업을 함께 운영하며, 미취업·구직단념 청년을 대상으로 상담, 훈련, 취업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었다. 취업 준비부터 노동시장 진입까지 단계별로 지원 방식을 달리해, 청년이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 설계한 점이 특징이다.
또한, 청주시가 주목받는 이유는 성과를 분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시 자료에 따르면 상용직 취업 연계를 통해 누적 1,400여 명의 고용 성과를 냈다. 참여 인원이 아니라 실제 취업으로 이어진 결과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청주시는 중앙정부 평가에서 청년도전지원사업 ‘최우수’, 청년성장프로젝트 ‘우수’ 지자체로 선정됐다.
주거정책 역시 방향이 분명하다. 청주시는 지원 대상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지원 기간과 횟수를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청년 월세 특별지원은 월 최대 20만 원을 최대 24회까지 지원해 단기 보조가 아니라 생활을 버틸 시간을 제공한다. 여기에 만 19~39세 무주택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전세자금 대출이자 지원을 통해 주거비 부담을 구조적으로 낮췄다. 주거를 복지가 아니라 정착의 조건으로 바라본 정책이다.
참여 구조도 눈여겨볼 만하다. 청주시는 청년정책위원회를 통해 정책을 만들고 점검하는 과정에 청년이 직접 참여하도록 제도화했다. 회의 내용이 공개되면서, 이 위원회가 형식적인 기구가 아니라 실제 행정 절차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청년참여예산제를 더해, 청년의 아이디어가 말에 그치지 않고 예산과 사업으로 이어지는 길도 열었다. 청년센터 ‘청년뜨락5959’는 상담·취업 연계·프로그램·네트워킹이 이뤄지는 현장 거점이다. 성안길의 점프·링크 스테이션 역시 청년성장프로젝트를 일상에서 정책을 만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취업 연계 숫자를 넘어 고용 유지율과 임금 수준 같은 질적 지표까지 관리해야 하고, 주거정책은 장기적으로 공공임대와 직주근접 모델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청년정책 역시 자문을 넘어 기획과 집행에 청년이 직접 참여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이 있다. 빌바오와 청주가 공유하는 핵심은 청년정책을 행사나 단기 지원이 아니라 도시를 굴리는 행정 시스템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수치로 남기고, 제도로 고정하고, 공간으로 지속시키는 방식. 청주 사례는 한국 지방도시가 청년정책을 어디까지 현실로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모델이다.
/ 한국문학예술원 강이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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