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12.24 14:31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한류의 세계적 확장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K-팝과 드라마, 영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되는 장면도 어느새 일상이 되었지요. 그런데 최근 저는 K-팝이 무대와 차트를 넘어 다른 공간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멈췄습니다. 지드래곤이라는 이름이 그것도 K-팝 전반이 아니라 한 개인의 이름으로 미국 대학의 정규 학점 강의 주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USC 애넌버그 커뮤니케이션·저널리즘 스쿨은 2026년 봄 학기에 지드래곤을 주제로 한 4학점 정규 과목을 개설한다고 밝혔습니다. 요일과 시간표까지 포함된 정식 선택과목으로 편성된 수업입니다. K-팝 아티스트를 단독 사례로 학점을 부여하는 정규 교과목이라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화제가 아니라 커리큘럼으로 공식 인정받은 순간에 가깝습니다.
강의를 맡은 이는 이혜진(Hye Jin Lee) 교수입니다. 이 수업의 중심에는 ‘찬양’이 아니라 ‘해석’에 있습니다. USC가 공개한 강의 설명은 지드래곤의 작업을 통해 K-팝을 둘러싼 ‘진정성’, ‘창의성’, ‘셀러브리티’ 같은 익숙한 담론을 다시 질문하겠다고 밝힙니다. 누군가를 우러러보는 수업이라기보다, 지드래곤이라는 문화적 존재가 “무엇을 바꾸어 왔는지”를 차분히 묻는 수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수업 제목에 포함된 ‘Crooked(삐딱하게)’라는 단어는 인상적입니다. 지드래곤의 대표곡 제목이기도 한 이 표현은 성공 공식의 한가운데가 아니라 살짝 비켜선 자리에서 K-팝을 바라보겠다는 태도처럼 다가옵니다. 익숙한 평가를 되풀이하기보다, 그 평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다시 묻겠다는 시선이지요. 자작과 프로듀싱의 저자성, 패션과 미술을 넘나드는 표현, 규범을 유연하게 흔들어 온 이미지 전략까지—지드래곤은 늘 정답보다 다른 해석을 먼저 건네온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소식이 학교 차원의 공식 보도자료보다 SNS를 통해 먼저 퍼졌다는 사실입니다. USC 애넌버그의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GDRAGON, #GD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강의를 기다린다는 학생들의 반응 영상이 과목명과 함께 공유됐습니다. 이는 이 수업이 단순한 ‘한류 소개’를 넘어, 지금 이 시대의 문화 현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해외 대학에서 대중음악을 학문적으로 다루는 흐름은 이미 낯설지 않습니다. 그래서 언론은 이번 강의를 예일대의 비욘세 강의, 하버드대의 테일러 스위프트 강의와 자연스럽게 겹쳐 읽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USC의 지드래곤 강의는 “한국 아티스트도 그 반열에 올랐다”는 선언을 넘어, K-팝이 글로벌 사회를 읽는 분석 도구가 되었다는 장면에 더 가깝습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런 강의가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먼저 열렸다는 사실입니다. 지드래곤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아티스트이고, 그의 음악과 스타일 역시 한국 사회 안에서 오래 소비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이를 체계적으로 해석하고 토론하는 공식적인 공간은 해외 대학의 강의실에서 먼저 마련되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한류 연구자와 수업은 있지만, 특정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한 심층 분석이 정규 교과목으로 편성되는 데에는 여전히 조심스러움이 남아 있습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강의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한류를 너무 소비와 화제로만 다뤄오지는 않았을까?”
공공 영역의 시선 역시 달라지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년 글로벌 한류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해외에서 한류 가운데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분야는 K-팝입니다. 이제 한류는 단순한 콘텐츠 수출을 넘어, 정책·산업·교육의 언어로 해석되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USC의 ‘지드래곤 강의’는 그 변화를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해 보고 싶습니다. 지드래곤이 강의가 된 순간은 한 아티스트의 성공담이 아니라,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 대학의 참고문헌이 되었다는 신호입니다. 무대에서 시작된 음악은 이제 강의실에서 질문이 되고 토론이 되며, 리포트와 논문으로 이어집니다. K-팝은 더 이상 “왜 인기가 있나”를 설명하는 대상이 아니라 “이 시대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묻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사랑해 온 음악이 누군가의 교재가 되는 장면은 반갑기도, 한편으론 낯설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있습니다. 세계가 먼저 K-팝을 질문의 대상으로 삼기 시작한 지금, 머지않아 우리 대학의 강의실에서도 ‘BTS와 아미’, ‘K-팝과 팬덤 정치’, ‘아이돌의 저자성’을 다루는 수업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공연장이 아니라 강의실에서, 차트가 아니라 커리큘럼 속에서 확장되는 힘. 지드래곤의 이름이 강의계획서에 적힌 순간, 한류는 분명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 위드온 글로벌 브릿지 하지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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