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12.10 14:42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런던 노팅힐의 포토벨로 마켓 길목을 걸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골동품 가게와 벼룩시장이 풍기는 빈티지한 분위기 속에서 유독 사람들의 발길이 모이는 작은 가게들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여행객뿐 아니라 젊은 직장인, 유모차를 끄는 엄마들까지 줄을 서며 “Korean cream bun”, “Korean strawberry cake”를 주문하는 풍경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습니다. 빵의 본고장 한복판에서 한국식 디저트가 일상의 선택지로 자리 잡아가는 변화가 놀랍지요.

포토벨로의 감성적인 골목과 한국식 베이커리의 부드러운 색감은 의외로 찰떡궁합입니다. “너무 달지 않고 부드럽다”는 SNS 후기들이 계속 쌓이면서, 이곳의 빵은 여행 중 한 번 들르는 기념품이 아니라 “동네 사람이 다시 찾는 빵”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유럽 소비문화 깊숙한 곳으로 한국식 미감이 스며드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 흐름은 현장에서만 느껴지는 감각이 아닙니다. 파리바게뜨는 2025년 12월, 런던 웨스트필드에 글로벌 700호점을 열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불과 1년 남짓한 기간에 600호에서 700호로, 놀라운 속도입니다. 영국에서도 이미 네 번째 매장이 운영 중이며, 포토벨로 마켓 초입에 다섯 번째 매장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웨스트필드는 런던 최대 상업지이자 글로벌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공간이고, 노팅힐은 감각적 소비의 상징적인 동네입니다. 이런 상권에서 매장을 늘린다는 건, 유럽의 주류 소비문화가 한국식 디저트를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무역 통계도 같은 흐름을 보여줍니다. 영국의 한국 식품 수입액은 KOTRA 런던 무역관과 글로벌 식품 데이터 기업 Tridge가 집계한 자료에서 2023년 기준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디저트·베이커리류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데, 현지 분석에서는 유럽 MZ 세대가 선호하는 ‘덜 달고 가벼운 맛’, ‘사진 찍기 좋은 비주얼’, ‘말차·크림의 은은한 색감’이 한국식 베이커리의 감성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가가 이어집니다.
프랑스와 영국 현장 반응은 더욱 뚜렷합니다. 파리바게뜨 파리·런던 매장에서는 딸기 생크림 케이크, 말차 몽블랑, 크림도넛이 꾸준한 인기 메뉴입니다. 파리 카페 Dalbodrée가 올린 한국식 케이크 영상은 인스타그램에서 수십만 회 이상 노출되었고, “이건 이제 프랑스 디저트의 한 종류 같다”는 반응도 등장했습니다. 처음에는 신기함으로 시작된 소비가, 어느 순간 “그 집 케이크가 먹고 싶어서 다시” 찾아오는 패턴으로 바뀐 것이지요. 이는 한국식 디저트가 ‘아시안 디저트’라는 틀을 넘어 현지 디저트 문화의 한 축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변화의 속도를 더욱 끌어올리는 힘은 SNS의 압도적인 영향력입니다. TikTok에서 #koreanbakery 태그는 이미 수억 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Not too sweet”, “Very aesthetic”, “Soft”와 같은 반응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화면 속 작은 설렘 하나가 실제 방문과 구매로 연결되고, SNS는 어느새 K-베이커리 취향을 퍼뜨리는 가장 빠르고 강력한 ‘입맛의 통로’가 되었습니다.
그 흐름의 바탕에는 한류의 넓어진 울림이 있습니다. 문체부의 2024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서도 해외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한국 제품·서비스 1위가 음식(64.7%)으로 나타났습니다. K-팝과 드라마로 시작된 관심은 자연스럽게 한국식 음식과 디저트로 이어지고, SNS를 타고 유럽 곳곳에 새로운 ‘빵지순례’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흐름은 한국 안에서 커지고 있는 ‘건강빵 혁신’이 다시 유럽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통곡물·천연발효 빵은 건강하지만 “거칠다”는 인식이 늘 따라왔습니다. 하지만 파리바게뜨, 신세계푸드 등 한국 브랜드들은 이 약점을 정확히 파고들어 영양은 유지하면서도 한국식 디저트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을 살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오랜 기간 서구 소비자들이 느껴온 불만을 해결하는 방식이기도 하죠. 이러한 균형 잡힌 접근은 한국식 베이커리가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만드는 배경이 됩니다.
아마 오늘도 노팅힐의 골목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한국식 소금빵을 가볍게 베어 물고 있을 겁니다. 파리의 작은 카페에서는 말차 케이크를 나누며 이야기를 이어가겠지요. 이렇게 일상에 쌓이는 작은 장면들이 한국식 베이커리를 유럽인에게 낯선 선택에서 익숙한 맛으로 이끄는 취향의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K-베이커리는 이제 스쳐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유럽 디저트 문화를 부드럽게 다시 쓰는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작은 한 조각의 맛이 현지의 일상 속에 스며들며, 한국식 감성이 유럽의 디저트 취향 속에서 한층 더 자연스럽게 깊어지고 있습니다.
/ 위드온 글로벌 브릿지 하지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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