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Home > 칼럼

[김지련 기업브랜딩] 홍보가 아니라 이야기로 기억되는 병원

작성일 : 2025.12.09 17:21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병원을 운영하며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가려는 움직임이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글이 아니라, 병원의 마음과 진료 철학을 담고 ‘우리 병원답다’고 느껴지는 언어를 찾으려는 과정, 참 아름다운 시도다. 하지만 많은 의료진이 출발선에서 한 번쯤은 같은 벽을 마주한다. 

글을 써보고 싶지만, 바쁜 진료와 행정 사이에서 시간을 내기 어렵고, 막상 앉아보면 “무엇부터 써야 하지?”라는 막막함이 밀려오는 순간. 콘텐츠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실행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늘 강조한다. 콘텐츠의 시작은 ‘예쁜 글쓰기’가 아니라 브랜드의 방향을 정리하는 일이라고. 병원이 처음 세운 목소리, 말투, 그리고 첫 글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시간이 지나도 오래 남는다. 그 출발점이 흔들리면 신뢰도 함께 흔들린다. 그래서 나는 첫 미팅에서 촬영 동선부터 환자 동선, 상담실의 공간 느낌, 원장이 어떤 눈빛으로 환자와 마주하는지까지 천천히 들여다본다. 글이라는 결과물보다 먼저, 병원이 담고 있는 ‘마음’을 확인하려는 이유다.

최근 함께 일한 한 내과의 사례가 있다. 촬영을 앞두고 병원의 진료실 소개 방식, 상담 공간의 배치, 글에 담길 핵심 문장을 두고 여러 차례 고민을 나눴다. 단순히 “홍보를 잘해보자”는 접근이 아니라, 이 병원이 환자에게 어떤 감정으로 다가가고 싶은지를 함께 정리하는 과정이었다. 이때 나는 외부 마케터가 아닌 ‘브랜드를 함께 세우는 동반자’로 참여했다.

나는 이런 병원을 오래 지켜보고 싶다. 이유는 단순하다. 좋은 병원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신의 브랜드를 아끼는 사람, 즉 진료의 이유를 스스로 질문할 줄 아는 리더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왜 이 진료를 시작했을까?”, “어떤 환자에게 가장 힘이 되는 병원이 되고 싶을까?” 이런 질문을 귀찮아하지 않는 사람, 그런 리더가 있을 때 브랜드는 깊어지고 튼튼해진다.

모든 일을 혼자 할 필요는 없다. 핵심은 역할을 나누고,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하며, 브랜드를 중심에 두고 움직이는 것이다. 누군가는 진료를, 누군가는 콘텐츠를, 또 누군가는 방향성을 잡아간다면 병원의 목소리는 한 사람의 힘보다 훨씬 더 단단해진다.

나는 앞으로도 그런 병원과 손을 잡고 오래 걸어가고 싶다. 그들과 함께 브랜드를 키워가는 일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를 함께 써 내려가는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환자들이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다.

“이 병원은 설명이 아니라 마음이 전해진다.”

/ 글.사진 쏠앤부트 김지련 대표

[저작권자ⓒ 건강포커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