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12.05 13:57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중동을 지나 유럽이나 아프리카로 향하는 길목, 잠시 멈춘 도시가 있다.
두바이. 하늘에서 내려다본 이 도시는 고속도로와 직선으로 뻗은 건물 숲,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인공섬으로 구성된 이질적인 퍼즐처럼 보였다.

사막과 바다, 전통과 미래가 교차하는 두바이는 화려한 고층 빌딩과 인공섬 뒤로 중동의 사막 지형과 해안 도시 특유의 속성이 공존한다.
두바이는 UAE 7개 에미리트 중 하나로, 석유 산업 이후 급속히 성장해 지금은 금융·무역·관광의 중심지다.
세계의 관문 역할을 하는 두바이는 에미레이트 항공의 허브 도시이기도 하며, 짧은 일정으로 들르는 여행자도 많다.
두바이를 여행한다면,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곳이 있다.
사막과 도시의 정점인 부르즈 할리파, 두바이몰과 분수대는 전혀 다른 풍경이지만, 모두 ‘두바이다움’을 가장 선명하게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붉은 모래 위를 가로지르는 두바이 사막 투어
두바이 도심에서 약 50분 정도 벗어나자, 도로와 건물은 사라지고 붉고 부드러운 모래 언덕들이 경계 없이 이어졌다.
유목 민족의 삶의 터전이었던 이곳은 지금, 체험형 생태 관광지로 재구성되어 있다.
지면과 수평을 이루던 차량이 어느 순간부터 기울기 시작했다.
전문 드라이버가 몰던 사륜구동 차량은 붉은 모래 언덕을 미끄러지듯 타고 흘렀고, 때로는 급격히 떨어졌다가 다시 솟구쳤다.
몸이 좌우로 흔들릴 때마다 창밖의 스쳐 지나가는 붉은 선들이 점점 더 선명해졌고, 바퀴는 물결처럼 일렁이는 모래 위를 달렸다.
언덕 위에 잠시 멈추자, 수평선 가까이 떨어지는 햇빛이 붉은 모래를 물들였다.
바람이 지나간 결 자국은 서서히 그림자가 되었고, 모래는 빛의 각도에 따라 빛나기도 하고 더 짙어지며 풍경을 깊게 새겨 넣었다.
나는 아무도 밟지 않은 능선 위를 향해 천천히 걸었다.
멀리 낙타 한 마리가 사람들을 태우고, 한 발자국씩 조심스럽게 모래 위를 디뎠다.
부르즈 할리파, 두바이몰과 분수쇼의 밤
두바이의 중심부, 하나의 장소에서 완전히 다른 시야가 열린다.
부르즈 할리파 전망대에 오르면 도시 전체가 바둑판처럼 정렬된 채 아래로 내려다보이고,
그 아래로 연결된 두바이몰은 그 자체가 복합적인 생활의 무대로 거대하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몰 외부 광장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음악 분수쇼가 펼쳐진다.
이 모든 장면은 같은 장소 안에서 시선을 위로, 아래로 옮기는 것만으로 경험된다.
두바이의 크기와 높이, 깊이와 리듬은 이렇게 한 공간 안에서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부르즈 할리파는 높이 828m, 163층 규모의 세계 최고층 빌딩이다.
그중 124~125층에 위치한 전망대 '앳 더 탑(At The Top)'은 특히 일몰 무렵에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다.
엘리베이터는 조용하고 빠르게 수직으로 올라갔고, 귀가 멍해지는 순간 문이 열리자 두바이의 도시 지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건물과 도로, 해안선과 인공섬, 그 너머의 사막까지 이곳은 수평과 수직,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넘나드는 입체적인 도시였다.
부모님을 처음 이 전망대에 모셨을 때, 두 분은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유리창에 바짝 다가서 감탄을 쏟아내며, 눈앞의 도시 풍경을 한참이나 바라보셨다.
낯선 도시의 규모와 빛이 두 분의 표정에 고스란히 반사되던 그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전망대를 내려오니 두바이 몰 외부에서 분수쇼가 시작되고 있었다.
해가 완전히 저물고, 바닥의 불빛들이 제각각 반짝일 무렵, 두바이몰 외부 분수대 주변은 하나의 야외 극장이 되었다.
최대 150m까지 치솟는 물줄기는 클래식과 현대 음악에 맞춰 정교하게 조율되며, 그 리듬 속으로 나는 어느새 감정의 결에 젖어들었다.
라스베가스에서도 분수 공연을 본 적 있지만, 두바이의 밤은 화려함과 절제, 압도적인 스케일이 어우러져 도시 전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분수는 음악에 맞춰 고개를 들고, 허리를 꺾고, 회전하며 춤을 췄다.
빛과 물이 동시에 솟구쳤고, 사방에서 환호성과 셔터 소리가 터졌다.
두바이는 하나의 장소만으로도 도시 전체를 기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전망대에서 본 수직의 풍경, 사막을 가로지르는 수평의 여정, 감각을 자극하는 분수 쇼까지 모든 장면이 하나로 연결되며 도시의 정체성을 깊이 있게 보여준다.
서울에도 롯데월드타워처럼 인상적인 공간이 있다.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장소’로 자연스럽게 떠오를 여행의 장면을 하나씩 만들어갈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다.
우리의 도시도 속도와 기능 중심을 넘어 감각과 경험 중심의 구성으로 나아가고 있다.
여행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몇 곳의 여정만으로도 도시의 매력은 충분히 전해질 수 있다.
K-문화, K-라이프, K-여행이 세계인의 일상에 스며든 지금, 도시 하나, 공간 하나로 기억될 K-여행의 장면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
기억에 남는 여행은, 언제나 한 장면에서 시작된다.
/ 글·사진 ⓒ 이정미한국콘텐츠개발연구원 이사장, 여행 인플루언서 ‘기장아내 나두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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