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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향숙 여성교육] 기도를 가르치는 인도 교육

작성일 : 2025.12.02 13:18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인도의 아침은 조용히 깨어난다. 부엌에서 불이 켜지고, 향 냄새가 천천히 퍼진다. 그 불을 지피는 이는 대개 엄마, 가정의 여신이다. 그녀는 밥을 짓는 동시에 기도한다. “오늘도 평화를 주소서.” 그 순간 부엌은 성소가 되고, 요리는 예배가 된다. 인도에서 여성의 일상은 곧 종교이며, 삶의 모든 행위는 영혼(Ātman)과 의무(Dharma)로 이어진다.

힌두 철학에서 다르마는 ‘해야 할 일’이지만, 인도 여성에게 그것은 ‘가르치는 일’이기도 하다.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도록, 남편이 평온하도록, 가족이 서로의 의무를 다하도록 — 엄마들은 삶 자체로 교육한다. 이것이 인도식 가정교육의 시작이다.

매일 아침, 인도의 여성들은 ‘랑골리(Rangoli)’를 그린다. 문 앞 바닥에 쌀가루로 색색의 문양을 그리고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한다. 아이들은 그 곁에서 자연스레 배운다. 인내, 정성, 그리고 사랑의 리듬. 인도에서 배움은 꾸준히 반복되는 손의 예술이며, 감정의 교육이다.

인도 정부 통계(2023)에 따르면 인도의 전체 문해율은 77.7%, 남성은 84.7%, 여성은 70.3%로 약 14%포인트의 격차가 존재한다. 농촌에서는 그 차이가 더 크다. 그러나 세대가 바뀌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청년층(15~24세)의 문해율은 남성 98%, 여성 96%로 격차가 거의 사라졌다. 교육의 문이 세대를 거쳐 천천히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역과 계층 간 불균형은 여전히 남아 있다. 농촌 여성의 문해율은 도시 여성보다 훨씬 낮고, 빈곤층 가정일수록 여아 교육 참여율이 떨어진다. 인도의 여성교육이 안고 있는 과제는 단순한 ‘문해율 향상’이 아니라, 교육 기회의 형평성과 질적 개선이다.

국제 빈곤행동연구소(J-PAL)가 2024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어머니의 학력이 1년 높아질 때 자녀의 시험 점수는 0.18표준편차 상승한다.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어머니는 자녀의 숙제 참여율이 45% 더 높고, 학교 출석률도 12% 높다. 한 사람의 배움이 한 세대의 미래를 바꾸는 셈이다.

하지만 현실의 장벽은 높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인도 여아의 중등학교 진학률은 67%, 남아는 77%다. 농촌 지역 여아의 학교 중퇴 사유 중 38%는 ‘가사·돌봄 책임’ 때문이다. 또한 전체 가정의 56%가 여아보다 남아에게 교육비를 더 쓴다. 배우지 못한 여성이 또 다른 ‘배우지 못한 세대’를 길러내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도 여성들은 그 고리를 끊기 위해 매일 싸운다. 정부의 ‘Beti Bachao, Beti Padhao(딸을 지켜라, 딸을 가르쳐라)’ 캠페인으로 1,000만 명 이상의 여아가 다시 학교로 돌아왔고, ‘Saakshar Bharat’ 여성 문해 프로그램은 1,700만 명의 성인 여성을 교육시켜 농촌 여성의 자존감과 사회참여를 끌어올렸다. 글을 배운 어머니는 일터로 나가고, 자녀의 세상을 넓히며, 가정을 작은 학교로 바꾸었다.

인도 여성교육의 특별함은 지식을 넘어 영혼을 가르친다는 점이다. 『라마야나』의 시타(Sita)는 불의 시험 속에서도 남편 라마를 원망하지 않았다. 그녀의 침묵은 복종이 아니라 영혼을 지키는 인내였다. 그 정신은 오늘의 인도 여성에게도 흐르고 있다. 인디라 간디가 “나는 지도자가 아니라, 내 나라의 딸이다.”라고 말했을 때, 그 온화한 결단력은 시타의 후예다운 것이었다.

오늘의 인도는 IT 강국이다. 그러나 그 혁신의 중심에는 여전히 명상의 리더십이 있다. 여성 CEO 레나 나라얀(Lena Narayan)은 이렇게 말했다.

“코드는 논리지만, 리더십은 명상이다.”

그녀의 말처럼 인도의 여성들은 기술보다 감정을, 논리보다 질서를 가르친다.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주기 전에 묻는다. “이걸로 무엇을 느끼고 싶니?” 그것이 인도식 디지털 교육이며, 감정의 윤리 위에 세운 신세대 교육 방식이다.

인도 사회학자 나이두 박사는 “어머니의 학력이 높을수록 딸의 조혼 확률이 30%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여성이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더 나은 직업을 얻는 일이 아니라, 세대의 운명을 바꾸는 일이다. 여성의 교육은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원이다.

그리고 오늘도 인도의 부엌에서는 불이 켜진다. 아이는 그 불빛 아래서 책을 펼치고, 엄마는 말없이 카레를 젓는다. 가정의 온도는 곧 교육의 온도다. 글을 읽는 엄마는 미래를 쓰고, 글을 모르는 엄마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배움의 형태는 달라도 그 근원은 같다.

나는 생각한다. 지구 반대편 인도 엄마 손끝에서 피어나는 불빛과 우리 부엌의 아침불은 얼마나 닮아 있을까? 인도 엄마들의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우리는 신을 닮으려 애쓰지 않는다. 다만, 신이 우리 안에 있음을 기억할 뿐이다.”
그 순간, 인도의 교육은 시작된다. — 기도는 엄마들의 또 다른 가르침이다.


/ 글·사진 ⓒ 임향숙, (사)지구보존운동연합회 이사, 푸른나래 다문화 봉사단 교육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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