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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석 청년정책] 전주가 다시 숨 쉬는 법

작성일 : 2025.11.25 13:19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대도시는 여전히 화려하다. 그러나 그 뒤에는 높은 주거비·교통 체증·환경 부담이 짙어지고 있다. 원격근무의 확산은 이 한계를 더욱 드러냈고, 사람들은 묻기 시작했다.
“정말, 꼭 서울에 있어야 할까?”

이 질문에서 등장한 흐름이 타운사이징(Town Sizing)이다. 대도시의 과밀을 벗어나 소도시로 이동하며, 일은 온라인에서 수행하고 삶은 로컬에서 누리는 방식이다. 지방소멸의 해법 역시 “왜 떠나는가”보다 “사람이 어디에 머물고 싶어 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결국 청년이 선택하는 도시가 미래를 가진다.

해외 사례는 이를 이미 입증했다. 미국 버몬트주는 2018년 원격근무 이주자에게 최대 1만 달러를 지원했고, 2019~2022년 1,000명 이상이 실제 이주했다. 이 중 70% 이상이 장기 정착 의향을 밝혔으며, 초기 이주자 140명은 52개의 간접 일자리와 250만 달러의 경제효과를 만들었다. 2023년까지 누적 이주자는 876명, 가족 포함 1,750명 이상이 정착했고, 64%는 40세 미만 고숙련 인력이었다. 스페인 라스팔마스도 연중 온화한 기후와 인터넷 인프라, 코워킹·코리빙 환경을 기반으로 2022년 6만 2,000명의 장기 체류 디지털 노마드를 유치했다. 이 두 도시는 완전히 “일하며 사는 곳”으로 재편됐다.

두 사례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사람이 들어오면 도시가 다시 숨을 쉰다.”
도시를 살리는 힘은 새 건물이 아니라, 기존 자원을 어떻게 재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결론은 한 줄이다.
“빈집은 부담이 아니라, 새로운 삶과 일자리를 담는 그릇이다.”

이제 시선을 전북 전주로 돌려보자. 전주시는 2025년 ‘인구청년정책국’을 신설하고, 2023~2027년 852억 원 규모의 ‘청년희망도시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그만큼 위기감도 컸다. 전주 청년 인구는 2020년 191,122명(29%)에서 2024년 172,987명(27%)으로 줄었고, 4년 사이 18,135명이 감소했다.

그럼에도 전주는 탄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전북콘텐츠코리아랩, 팔복예술공장, 신복·팔복 도시재생 사업,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AI·디지털 인재 양성 프로그램, 민간 코워킹 스페이스까지. 외지 청년이 전주에서 바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체류 경쟁력도 뛰어나다. 전주는 2012년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지정된 이후 도시 브랜드를 확고히 했다. 전주한옥마을 방문객은 2006년 102만 명에서 2013년 508만 명으로 증가했고, 외국인 방문객도 10만 명에서 23만 명으로 늘었다. 한옥마을의 연간 경제파급효과는 직접 458억 원, 간접 2,680억 원에 달한다. ‘전주 한 달 살기’는 전주가 머물고 싶은 도시라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다.

그러나 전주에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 남아 있다. 바로 “시골의 빈집과 도시 인프라를 외지 청년의 삶으로 연결하는 고리”다.

전주는 도시 내부의 빈집 정비는 해왔지만, 전북 농촌(완주·진안·임실 등)의 빈집을 원격근무·창업형 주거지로 전환하는 전략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 이 지역들은 이미 인구소멸위험지수 0.2 미만의 고위험 지역이다. 하지만 전주의 창업 생태계와 농촌 빈집이 만난다면, 위기는 새로운 기회 조합으로 바뀔 수 있다.

전주의 코워킹 스페이스·창업지원센터·한옥마을·카페 거리와 주변 농촌의 리모델링된 빈집·작업실이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되면, 도시와 농촌을 동시에 활용하는 전북형 원격근무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 이 자원들이 하나로 엮이면 “전북형 원격근무 생태계”는 충분히 가능하다.

서울의 비싼 원룸을 떠나 전북 농촌의 마당 있는 집에서 살며 전주 도심에서 일하고 자연 속 작업실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삶은 주거비 절감·삶의 질·업무 생산성을 동시에 높이는 새로운 생활 모델이다. 이 삶을 선택하는 청년이 100명, 1,000명으로 늘어나면 지방 도시의 미래는 완전히 달라진다.

전주의 미래는 더 이상 전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주가 외지 청년과 전북 농촌을 잇는 ‘허브 도시’가 되지 못하면 주변 군의 소멸 속도는 더 빨라지고, 이는 결국 전주로 되돌아올 것이다. 반대로 전주가 “시골 빈집 + 도시 인프라 + 외지 청년 원격근무/창업” 모델을 선도적으로 구축한다면 그 파급력은 익산, 완주, 김제, 정읍, 진안 등 인근 중소도시로 이어질 것이다.

타운사이징은 도시의 축소가 아니라, 삶의 확장이다. 전주의 한옥마을, 팔복동 창고 골목, 농촌의 빈집과 작은 카페거리는 모두 청년의 새로운 사무실이 될 수 있다.

원격근무와 타운사이징, 그리고 지방 도시의 선택.
이 세 가지가 만나는 지점에서 지방 도시는 하락이 아닌 청년 도시로 재탄생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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