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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향숙 여성교육] 감정으로 자녀를 가르치는 중국 여성

작성일 : 2025.10.28 13:28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는 늘 엄마들의 공통 언어다. 그러나 답은 나라마다 다르다. 프랑스 엄마는 ‘자율’을, 한국 엄마는 ‘노력’을, 그리고 중국 엄마는 ‘감정’을 가르친다.

나는 10년째 사회봉사를 하며 다양한 다문화 가정을 만났다. 경제 수준은 달라도,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만큼은 모두 같았다. 그런데 중국 여성들의 자녀교육을 보면 조금 다르다. 그들은 아이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아이의 마음과 함께 호흡한다.

중국은 흔히 ‘유교의 나라’, ‘질서의 사회’로 불린다.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사람 사이의 감정이 실핏줄처럼 이어져 있다. ‘관시(關係)’— 관계라는 단어가 그들의 삶을 관통한다. 그들에게 관계는 단순한 인맥이 아니다.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정서적 연결이다. 아이를 키울 때도 마찬가지다. 중국 엄마들은 성적보다 마음을 먼저 본다. 아이가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베이징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아침마다 ‘감정 일기’를 쓴다. “오늘 친구랑 다퉈서 속상했다.” “선생님이 웃어줘서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이 적어 내려간 짧은 문장은 선생님이 정서를 읽는 창이 되고, 부모와의 대화 주제가 된다. 감정을 읽는 교육이 곧 인성교육인 셈이다.

이런 감정의 교육은 학교가 아니라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중국의 엄마들은 집을 “작은 제국”이라 부른다. 그 안에서 어머니는 황제보다 강력한 ‘감정 관리자’다. 그래서 “가정은 첫 번째 교실, 어머니는 첫 번째 스승”이라는 말이 그저 구호로 끝나지 않는다.

2022년 중국 정부가 시행한 ‘가정교육진흥법’은 부모의 교육 책임을 법으로 규정했다. 아이의 인성과 학습은 학교 이전에 집에서부터 길러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교육의 출발선은 교실이 아니라 식탁 위 대화다.

놀라운 건, 이 변화를 이끌고 있는 주체가 바로 여성이라는 점이다. 개혁개방 이후 여성 문해율은 30%대에서 90% 이상으로 높아졌고, 2022년엔 대학 진학률이 남성을 넘어섰다.

배운 엄마들이 많아지자 교육 방식이 달라졌다. 예전엔 “공부해!”가 전부였다면, 이제는 “네 생각은 어때?”가 먼저다. 권위의 훈육에서 공감의 대화로.

나는 중국에서 만난 한 엄마를 잊지 못한다. 아들이 수학 문제를 틀렸을 때, 그녀는 화내지 않았다. 대신 부드럽게 말했다.

“괜찮아. 이번엔 네가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려줄래?”

그 말 한마디에 아이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때 깨달았다. 중국의 교육은 시험이 아니라 관계의 예술이라는 것을.

물론 이상적인 가정만 있는 건 아니다. 농촌에서는 여전히 남아선호의 흔적이 남아 있고, 교육 자원이 부족한 지역도 많다. 형제가 많을수록 딸의 공부 기회는 줄고, 어머니의 학력이 낮을수록 아이의 성취도도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여성들은 감정의 힘으로 세대를 이어간다. 좌절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사랑을 가르치는 법을 잊지 않는다.

그 뿌리는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청말의 시인이자 혁명가 추진(秋瑾)은 감정을 억누르던 시대에 감정으로 세상을 바꾼 대표적인 여인이다.

“강호의 피바람 속에서도, 나는 검을 들어 세상을 깨우리라.”

그녀의 시는 단순한 저항이 아니라 감정의 선언이었다. 감정은 약함이 아니라,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

세월이 흘러 과학의 실험실에서도 그 정신은 이어졌다.  전통 약서 《주후방》에서 말라리아 치료 성분을 찾아낸 여성 과학자인 투유유(屠呦呦). 그녀는 “현대의 병은 고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움을 전통에서 찾아내는 이 유연한 사고, 바로 감정과 이성이 공존하는 중국 여성의 지혜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그 감정을 일상 속에서 표현한다. 거리에는 ‘한푸(漢服)’를 입은 여인들이 넘쳐난다. “나의 문화는 나의 자존”이라 말하며, 전통의 옷자락을 미래로 이어붙인다. 2024년 기준, 한푸 산업 소비자의 90%가 여성이라고 한다. 그들에게 한복은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감정의 언어다.

아이를 키우는 일도 이와 같다. 그들은 전통을 버리지 않고, 감정으로 재해석한다. 중국의 엄마들은 아이를 가르치기보다, 함께 성장한다. 아이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한다.

“천천히 해도 괜찮아.”

그 짧은 말 속에는 지식보다 깊은 배려, 성적보다 큰 사랑이 담겨 있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전 세계의 엄마들에게 말하고 싶다.

교육은 시험문제를 푸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읽는 일이라고. 감정을 다스리고, 관계를 이해하는 그 따뜻한 손길이야말로 진짜 교육이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커다란 정책이 아니라, 한 여성이 차를 따르며 아이에게 건네는 그 따뜻한 눈빛이다.

/ 글·사진 ⓒ 임향숙, (사)지구보존운동연합회 이사, 푸른나래 다문화 봉사단 교육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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