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10.02 13:12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운동장은 언제나 열린 공간입니다. 아이들이 공을 차고, 청년들이 달리며 땀을 흘리고, 때로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노래하고 춤을 추는 곳이지요. 한국의 골목 운동장이든 아프리카의 붉은 흙바닥 운동장이든, 그 본질은 다르지 않습니다. 경쟁보다 웃음이 먼저 터지고, 그 끝에 우정이 싹트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요즘 아프리카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전통 북소리 대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낯익은 비트, 바로 K-댄스의 리듬입니다. 아이들은 BTS와 블랙핑크 노래에 맞춰 온몸을 흔듭니다. 언어는 달라도 박자가 맞는 순간 낯선 친구가 단짝이 되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햇살 아래 흙먼지가 날리고, 낡은 골대 옆에서 손뼉을 치며 박자를 맞추는 모습은 K-댄스가 더 이상 한국만의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2025년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열린 K-pop 콘테스트에는 수백 명의 청년들이 참가했습니다. 그들은 단순한 ‘팬’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춤을 추며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주인공이었습니다. 보츠와나에서 열린 축제에서는 아프리카 전통 북소리와 K-댄스가 같은 무대에 울려 퍼졌고, 관객들은 열광적인 환호로 화답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습니다.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C2K Dance Crew는 케이팝 커버 댄스 팀으로 활동하며 현지 청소년들에게 큰 자극이 되고 있습니다. 그들이 올린 NewJeans ‘ETA’ 커버 영상은 1,200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는데, 화려한 무대도, 조명도 없는 단출한 배경에서 아이들이 서로 눈을 맞추며 동작을 맞추는 모습은 조회 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함께 해냈다’는 성취감이었고, 또래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케냐 나이로비에서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춤추는 영상이 SNS에서 수십만 회 공유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가나의 교사 퍼시 새키(Percy Sackey)는 “춤이 학생들이 나와 유대감을 느끼게 한다”라고 전했습니다. 교과서 속 지식보다 춤이 더 강력하게 관계를 이어주는 순간,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셈입니다.
한국문화원도 이런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지원합니다. 남아공에서는 K-pop 아카데미가 열려 청소년들이 2개월 동안 춤과 노래를 배우고, 수료 후에는 강당 무대에서 공연을 펼쳤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도 커버 댄스 대회에 수십 팀이 참가했고, 대회가 끝난 뒤에도 참가자들은 SNS로 소통하며 우정을 이어갔습니다. K-댄스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의 매개가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디지털 플랫폼은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틱톡이나 유튜브에 올린 짧은 커버 영상이 학생들에게 새로운 시도를 자극합니다. 조회 수가 몇백 회에 그쳐도, 그것은 아이들에겐 하나의 작품이자 자랑거리입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열정은 다시 운동장으로 옮겨와 즉석 무대를 만들고, 그 속에서 협력과 성취가 쌓입니다.
수치로도 이 흐름은 분명합니다. 2024년 한 해 동안 아프리카에서 케이팝 음악은 30억 시간 이상 스트리밍되었습니다. 케냐 나이로비에서는 최근 1년 사이 스트리밍 횟수가 두 배로 늘었고, 남아공 프리토리아에서 열린 K-pop 페스티벌에는 1,000명이 넘는 팬이 몰렸습니다. 나이로비에서 열린 K-pop 월드 페스티벌 예선에는 58개 팀이 지원했고, 그 중 14개 팀이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케이팝이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청소년들의 문화적 언어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저는 이런 현장을 보며 어린 시절 운동장이 떠오릅니다. 언어가 달라도 공 하나만 있으면 금세 친구가 되던 기억처럼, 지금의 아프리카 청소년들은 음악과 춤으로 국경을 넘어 친구가 됩니다. 남아공의 한 무용가는 “K-pop 댄스를 연습하다 보니 내 안무에도 아프로비트와 아마피아노가 더해졌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고백은 ‘나의 것’과 ‘너의 것’의 경계가 사라지고, 함께 만든 ‘우리의 춤’이 탄생한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한국 정부 공식 매체인 Korea.net 보도에서도 현지 교사들은 “케이팝 댄스가 또래 관계를 돈독히 하고 문화 이해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라며 교육적 자원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2025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청년포럼 무대에서도 한 청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다르지만, 춤추는 순간 우리는 친구가 된다.” 그 한마디는 운동장의 본질을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아프리카의 어느 학교 운동장에서는 땀에 젖은 아이들이 K-pop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겠지요. 흙먼지가 일어나고, 웃음소리가 하늘로 번집니다. 그 순간 피부색도, 언어도, 국적도 잠시 잊히고 오직 리듬만이 흐릅니다. K-댄스는 그렇게 작은 다리가 되어, 대륙과 대륙을 잇고, 마음과 마음을 묶습니다. 그리고 저는 믿습니다. 그 다리 위에서 자라는 것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오래도록 흔들리지 않을 한류의 꽃이라는 것을요.
/ 위드온 글로벌 브릿지 하지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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