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09.30 15:21 작성자 : 편집부 (iteen2013@naver.com)
2025년 1월, 런던의 겨울밤. 바람이 뺨을 파고드는 추위에도 O2 아레나 앞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습니다. ATEEZ의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은 마치 불빛 행렬처럼 몰려들었지요. 공식 응원봉 ‘Lightiny’가 하나둘 켜지자, 아레나는 이미 무대 조명보다 먼저 별빛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 순간, 차가운 런던의 밤은 K-POP의 이름으로 다시 쓰이고 있었습니다.

아레나는 곧 《Rolling Stone UK》가 묘사한 대로 “거대한 함성의 바다”가 되었습니다. 첫 곡 ‘Crazy Form’이 울리자 수만 불빛이 동시에 흔들렸고, ‘WORK’와 ‘Bouncy’가 이어지자 객석은 거대한 합창의 무대로 바뀌었습니다. 발라드 ‘Everything’이 흐르자 수천 개의 응원봉 불빛이 은은한 별무리를 이루었고, 후반부 클라이맥스에서는 함성이 천장을 뚫을 듯 터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인상적인 순간은 공연이 끝난 뒤였습니다. 팬들은 흩어지지 않고 지하철로 향하면서도 여전히 응원봉을 손에 쥐고 있었습니다. 어두운 역사 안에서 깜박이는 불빛은 마치 콘서트의 잔향처럼 이어졌습니다. 그때 한 영국 승객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저건 뭐예요?” 하고 물었고, 팬들은 미소 지으며 “ATEEZ 콘서트 응원봉이에요”라고 답했습니다. 그 짧은 대화는 낯선 이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했고, 응원봉은 단순한 굿즈가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를 잇는 작은 언어가 되었습니다.
사실 K-POP 팬덤의 무대는 공연장 밖에서 더 분주하게 펼쳐집니다. 유튜브와 트위터에는 ‘비공식 자막팀’이 있습니다. 신곡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면 단 몇 시간 만에 20여 개 언어로 번역이 완료됩니다. 한류 연구자들은 이를 K-POP 확산의 핵심 요인으로 꼽습니다. 2023년 기준 유튜브 K-POP 콘텐츠의 해외 조회 수는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데, 그 배경에는 팬들의 번역과 확산이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가수가 언어의 장벽을 넘기기도 전에 팬들이 먼저 다리를 놓은 셈입니다.
팬덤은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창작자가 되기도 합니다. 팬아트, 리믹스 영상, 안무 챌린지 등은 더 이상 주변부가 아닙니다. Stray Kids 팬들이 만든 리믹스 영상은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했고, JYP 공식 계정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팬덤이 이미 산업의 또 다른 제작자가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K-POP 2차 창작물(팬아트·커버 영상 등)의 온라인 유통 규모는 연간 약 1조 원에 달합니다.
팬덤의 힘은 사회적 실천으로도 이어집니다. BTS 팬덤 ‘아미’는 멤버 생일을 맞아 광고 대신 숲을 조성하거나 기부를 이어갑니다. 서울숲, 잠실 일대에 조성된 ‘스타숲’ 중 상당수가 팬덤의 이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축하가 개인의 즐거움을 넘어 사회적 나눔으로 확장된 것이지요.
2020년 3월부터 2021년 말까지, 약 3억 5천만 건의 #WearAMask·백신 관련 트윗을 분석한 결과 BTS가 언급된 메시지는 평균 111배 더 큰 반응을 얻었습니다. 특히 이러한 트윗은 남미와 동남아시아, 그리고 보건 정보가 상대적으로 적은 농촌 지역에서도 강한 확산 효과를 보였지요. 《CNN》과 《BBC》는 이를 두고 “21세기형 팬덤의 사회적 책임”이라 평가했습니다.
경제적 효과는 더 크고 명확합니다. 2021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BTS 콘서트를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해외 팬들이 남긴 경제적 파급 효과가 약 1조 2천억 원에 달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항공권, 숙박, 음식, 쇼핑까지 연결된 소비 덕분입니다. 2023년에는 K-POP 관련 외국인 관광객이 전체 방한객의 13.7%를 차지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공연장의 열기보다 더 큰 파장은 공연장 밖에서, 팬덤의 이동과 소비가 만들어낸 결과였던 셈입니다.
팬덤의 실천은 언어의 기적까지 낳았습니다. 글로벌 언어 학습 앱 ‘듀오링고’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어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학습자가 급성장한 언어로 기록되었고, 현재 인기 언어 7위에 올라 있습니다. 한국어 학습자는 무려 550만 명. 미국 외국어교육협회(ACTA)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3년 사이 북미에서 한국어 강좌 개설 수는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하이브에듀의 Learn! KOREAN with BTS 교재는 30여 개국에서 판매되었고, 해외 7개국 9개 대학에서 정식 교재로 채택되었습니다. 팬덤의 번역과 학습 욕구가 결국 한국어를 세계 무대에 올려놓은 셈입니다. K-POP은 이제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나누는 교실이 되었습니다.
무대 조명은 몇 시간 뒤 꺼지지만, 팬덤의 불빛은 결코 꺼지지 않습니다.
무대 밖에서 이어지는 이 빛이야말로 K-POP의 미래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음악을 넘어, 언어와 문화를 잇고, 공동체를 만들며, 세상을 바꾸는 힘입니다.
/ 위드온 글로벌 브릿지 하지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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